[바둑]50기 국수전…승부의 분수령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코멘트
대마 타개를 자신했기에 박영훈 9단은 흑 71을 택했을 터이다. 한편으로는 윤현석 8단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우치는 기풍이라는 것을 잘 알고 이를 역이용한 냄새도 난다. 쉽게 잡지 못할 흑대마라면 윤 8단은 쫓는 척하다 재빨리 실리로 돌아설 것이다. 이 예상은 적중했다. 백 72, 74가 대마사냥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는 수였으며, 바둑을 그르친 패착이었다.

먼저 백 72가 무뎠다. 참고도 백 1로 공격했으면 흑이 무척 곤란했을 것이다. 위쪽은 백의 철벽이 가로막고 있어 몇 걸음 못 갈 것이므로 달아난다면 흑 2 정도일 텐데 백 3으로 계속 추궁하면 어떻게 타개할 생각이었는지.

73이 놓이자 흑의 얼굴이 펴졌다. 이때라도 백은 89로 진로를 막아설 일이었다. 흑 ‘가’로 나오면 백 ‘나’로 계속 압박한다. 그런데 윤 8단은 이 그림마저도 지레 포기하고 백 74로 돌아서고 말았다. 백 74는 단순한 집내기에 불과하다. 애초 공격할 의사가 없었던 듯하다. 흑 77이 놓인 다음에는 더는 공격당할 말이 아니다.

백 78부터는 집싸움이다. 이렇게 싸우지 않고 이길 수만 있다면 오죽 좋으랴.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