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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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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의 말을 들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연간 4% 성장한 작년보다 대체로 낮은데도 어떻게 5% 성장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전분기 대비와 전년 동기(同期) 대비의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은 자료에 나온 GDP 금액을 직접 계산해 봤다.
지난해 GDP에서 5% 증가한 금액을 구한 다음 거기서 올해 1∼3분기 GDP를 뺐다. 남은 금액은 올해 4분기 GDP 예상액이다. 이 금액만큼 늘어나려면 전분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이 1.0%가 나와야 했다.
이 국장이 설명한 0.8%와 적잖은 차이가 나 한은에 검산을 부탁했다. 혹시라도 기자가 잘못 계산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은이 다시 계산한 결과도 똑같이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연간 성장률이 4.95%라도 반올림하면 5%”라며 “4.95%를 기준으로 분기 성장률을 계산하면 0.815%가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은이 제시한 0.8%를 적용해 연간 성장률을 계산하면 4.94%가 나오는 만큼 ‘사사오입’을 하더라도 5%가 아니라 4.9%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기야 다른 것도 아니고 경제성장률 계산에서 4.94%든 4.95%든 이것을 5%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한은은 경제분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의 하나다. 이런 기관에서 실수든, 고의든간에 이런 결정적인 착오가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률 같은 경제통계와 관련해 입맛에 맞게 숫자를 요리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런 통계를 토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부와 기업, 개인들을 모두 오도(誤導)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번과 같은 잘못이 반복되면 중앙은행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송진흡 경제부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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