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준비된 산수’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흑 29부터 다시 본다. 이 부근이 바둑을 결정지은 벼리이기 때문이다. 백이 이 정석을 기피하게 된 이유는 흑 29 탓이다. 참고1도의 백 1로 밀고 나오는 수는 흑 2가 안성맞춤이어서 곤란하다.

그래서 백은 참고2도처럼 1에 꼬부리고 이후 11까지 두었는데, 이는 흑 12를 얻어맞은 모양새도 답답하거니와 나중에 흑 A로 뛰기만 해도 용을 써서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 백대마가 단박에 목숨을 구해야 할 처지로 몰린다.

이 정석은 흑 29의 수가 좋아 백이 재미없다는 게 당시 결론이었다. 정석이란 서로 불만 없는 갈림이라야 존속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윤준상 4단이 태연히 이 정석을 끄집어냈다.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으나 오래 전에 “흑이 좋다”고 선고된 정석이므로 박정상 6단은 굳이 비껴갈 이유가 없었다. 그랬는데….

백 30, 윤준상 4단이 준비한 신수가 작렬했다. 이에 흑 31 이하는 기세인데, 참고2도에 비하면 실전 백 38까지, 호구친 자세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공격당할 염려가 거의 없다. 사장된 옛 정석을 벌떡 일으켜 세운 순간이었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