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두터운 만큼 좋다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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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前譜)에서 백은 집 차이를 더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흑에게 역전의 빌미를 주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흐름이 아직 국면에 드러난 상태는 아니어서 백74를 둘 때만 해도 최철한 9단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백74, 76은 참고도 흑1의 치중을 예방한 점. 백2로 차단하면 흑3의 축머리 활용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축이란 흑A, 백B 이하 알파벳순으로 흑G까지의 수순을 말한다.

여기서 흑77, 대단해 보이지 않은 이 수가 묵을수록 값이 나가는 골동품 같다. 이 수를 지렛대 삼아 흑83, 85로 넘어가고 나니 처음엔 2선으로 지은 집이 얼마나 되랴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막상 이렇게 집을 챙기고 보니 실리의 균형이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흑이 두텁다. 두터운 만큼 흑이 좋고 형세가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흑77은 백○의 미세한 실수를 정확히 포착해 응징한 승착이었다. 그제야 최철한 9단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백94는 역끝내기 9집에 달하는 큰 자리. 그렇지만 흑95, 97에서 보듯 흑의 두터움이 백을 괴롭히는 흐름이 일기 시작했고, 이는 끝까지 이어졌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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