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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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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평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학 평가는 그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클 수가 있다. 또 뉴스위크가 상위 100개 대학만 발표해 한국 대학이 100위권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각종 평가에 따르면 적어도 5, 6개의 한국 대학이 100위권에 근접해 있다. 일례로 과학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수 상위 200위 대학 안에 국내 대학도 지난해 5곳이 들었다(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
이번 조사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에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첫째, 한국 대학이 더는 글로벌 경쟁의 압력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뉴스위크를 포함해 중국 상하이(上海) 교통대, 영국의 더타임스 등 많은 기관이 더욱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대학 평가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뉴스위크는 이번 조사에서 연구경쟁력과 교육경쟁력의 차이를 강조했다. 뉴스위크가 ‘글로벌 100’ 대학을 발표하는 동시에 우수한 학부 교육을 무기로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하는 신흥 명문대 25개(뉴 아이비)를 발표했다.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이 아니고도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대학의 국제화가 대학 평가의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외국인 교수, 외국인 학생 비율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 국제화의 최근 현황을 설명한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의 에세이를 내보냈다. 레빈 총장은 현재 글로벌 대학의 국제화 전략은 글로벌 기업과 다를 바 없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글로벌화가 한국 대학의 사명임은 확실하지만 글로벌화를 위한 국내 환경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한국 대학의 글로벌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가 불투명하다. 한편으로는 대학시장개방, 외국 대학 유치,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을 통해 대학의 국제화를 독려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국내 외국인학교에 대한 내국인 진학 제한, 외국어고등학교 규제 강화, 영어논술시험 폐지 등 글로벌 교육 수요와 교육시장 변화를 외면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 원칙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볼 때 많은 수의 연구 중심 글로벌 대학을 보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대학을 제외하면 뉴스위크 글로벌 100대 대학으로 선정된 거의 모든 대학이 공립대다. 대규모 정부 지원 없이는 이공계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연구지원사업은 일부 우수 대학에 집중하고 기타 대학에 대한 지원은 ‘뉴 아이비’ 대학과 같은 학부 교육경쟁력 확보에 목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자율적인 글로벌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대학들도 정부를 탓하기 전에 대학 내에 만연한 왜곡된 평등주의와 정부 지원이나 기존 서열에 안주해 있지 않은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협력도 절실하다. 현재 추세라면 다수의 국내 대학생들이 졸업 후 해외 취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글로벌 커리어를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의 수용과 충실한 기초교양의 습득이 필요하다. 기교적인 취업시험 준비와 끝 모를 이념투쟁으로는 이를 준비할 수 없다.
대학 교육 세계화의 여파로 한국 대학은 대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모종린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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