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선우]투자유치 자유 없는 ‘경제자유구역’

  • 입력 2006년 7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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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라 고생했습니다. 내국인들도 찾아오기 힘든 곳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겠어요.”

최근 기자가 전남 광양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광양청)을 찾았을 때 백옥인 청장이 처음 건넨 인사말이다.

각종 개발사업과 투자 유치 등 실적 위주의 설명을 듣게 되리라고 기대를 한 기자에게 조금은 이상하게 들린 인사말이었다.

그 후 2시간 동안 백 청장과 광양청 직원들은 개발 계획 승인의 어려움, 예산 부족, 인프라 미흡으로 인한 투자 유치의 어려움 등을 털어놓았다. 이어진 실무 직원과의 인터뷰에서도 불만은 계속 터져 나왔다.

광양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원은 부족했다. 이곳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고속도로도 제대로 없다. 백 청장은 설명을 마친 뒤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는데 이렇게 할 말을 다 하니 속이 다 후련하다”고 했다.

광양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가 나간 3일 한 광양시청 직원도 기자에게 전화를 해 똑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 추진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됐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개발이 목표였다. 이에 따라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 3곳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지향한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었다. 현 정부는 나라의 대부분을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등의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제자유구역은 수많은 개발사업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됐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경제특구가 돼 버린 것이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의 한 직원은 “경제자유구역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외국과의 경쟁인데 이렇게 내부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면 어떻게 중국의 상하이(上海)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경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개발이나 투자 유치가 더딜 수는 있다. 부산과 광양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물류 허브로 거듭나려는 한국의 미래가 달린 국책 사업이다.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름에 걸맞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선우 경제부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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