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11년 만에 내한공연

  • 입력 2006년 5월 19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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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냄새 물씬한 그들의 음악은 거칠어도 인간미가 있고 흙냄새가 나는 독특한 소리였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997년 RCA레이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녹음하기 위해 라흐마니노프의 고향 러시아를 찾았다. 그는 지휘자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면서 폭발적인 사운드 속에 슬라브적 정열이 가득한 러시아의 흙냄새를 맡았다고 회고했다.

○페도세예프 33년 지휘 개성 유지

‘러시아의 뜨거운 심장’으로 불리는 거장 페도세예프가 이끄는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이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은 러시아혁명 후 구소련 당국이 새로 수도로 정한 모스크바에 방송국을 만들며 1930년 창설했다. 초창기 알렉산드르 가우크(1893∼1963)의 지도 아래 6명의 보조 지휘자로 운영되던 이 오케스트라는 1937년부터 16년 간 니콜라이 골로바노프 단일 지휘 체제로 운영되면서 모스크바의 문화적 자랑거리로 떠올랐다. 이후 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키를 거쳐 1974년부터는 민속악기와 오페라, 발레, 교향곡 지휘까지 겸비한 페도세예프가 33년째 장기 집권하며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발전시켰다.

구소련 붕괴 후 ‘최고’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러시아 음악계에서 이 같은 ‘장기 집권’은 1977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드미트리예프가 유일한 비교대상이다.

1993년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교향악단에 대해 ‘차이콥스키 국립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그만큼 이 오케스트라는 차이콥스키 연주에 독보적인 기량을 갖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의 여러 작품도 초연했다.

○러 유학 피아니스트 임동민 씨 협연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은 소비에트 국영 음반사인 ‘멜로디야’ 레이블을 통해 수많은 오페라와 발레 음악 등의 녹음을 남겼다. 그중 림스키코르사코프의 ‘5월의 밤’이란 타이틀의 음반은 프랑스 내셔널 레코딩 아케데미로부터 오르페우스 상을 수상했고, 스위스 취리히 ‘릴리프’ 레이블에서 내놓은 ‘페도세예프 시리즈’는 러시아 민족 색채가 풍부한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명반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사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e단조’가 연주된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본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되었으나 가우크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그중 4월 골짜기의 노래(아네모네), 6월 뱃노래, 10월 가을의 노래, 12월 크리스마스 등 총 4곡을 들려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지난해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임동민 씨가 협연한다. 1994년 러시아로 유학한 임 씨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차이콥스키 콘서버토리에서 스타니슬라프 부닌 등을 길러낸 레프 나우모프 교수를 사사했다. 3만∼18만 원. 02-2020-16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공연 상세 안내


◈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Tchaikovsky Symphony Orchestra of Moscow Radio)

1930년 창단된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초대 지휘자인 알렉산더 올라로프에 이어, 콜라이 골로바노프, 알렉산더 가우크, 겐나지 로제스트벤스키를 거쳐 1974년 지휘봉을 잡은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는 현재까지 30여년 동안 이 악단의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대륙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선율의 러시아 대작곡가 차이콥스키 음악에 뛰어난 곡해석과 연주력으로 러시아는 물론, 세계음악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바, 러시아 문화성은 1993년, ‘차이콥스키 교향악단’이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이밖에도 차이콥스키는 물론,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만들어낸 대작곡가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등의 작품을 초연했으며 구서독의 수도, 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베토벤 페스티벌, 린츠의 브루크너 페스티벌, 취리히의 쇼스타코비치 음악축제, 또한 세계적인 여름축제 에딘버러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70주년 기념행사 등에 러시아 교향악단으로는 최초로 참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30여년간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의 지휘아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현재,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페도세예프의 뛰어난 곡해석 즉, 작품 속에 숨어있는 작곡가의 숨결과 영감을 읽어내는 데,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여기에 예술적인 열정이 스며들어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을 빠른 시간 내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내세웠으며, 오케스트라의 감성적 스타일을 표현하는 독특한 멜로디를 창조함으로써 다른 단체와 차별화를 만들었다.

1997년에는 모스크바 예술문화 향유에 좋은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퍼블릭 시즌 티켓’을 재발매하여 모스크바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6번의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대중에게 한 발 다가서 것에 성공했고, 해외공연 시에는 러시아 음악만을 연주해오던 전통에서 벗어나서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바그너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현재, 페도세예프가 지휘한 오페라와 발레음악을 출반했을 뿐 아니라, 클래식, 필립스, JVC 등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수많은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5월의 밤’이란 타이틀의 음반은 프랑스 내셔널 레코딩 아카데미로부터 골든 오르페우스 상을 수상하며 명반으로 사랑받고 있다.

2004-2005 시즌에는 스페인, 그리스, 스위스,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전역의 순회연주를 실행했고, 2005-2006 시즌에는 교향악단 창단 75주년을 기념, 유럽의 유명 음악회장에서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순회 연주도 진행된다.

◈ 지휘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Vladimir Fedoseyev)

193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그네신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레오 긴스부르크를 사사한다. 1971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구.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객원지휘자로 성공적인 데뷔무대를 가진 이래,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행보를 시작한다.

페도세예프는 1974년 차이콥스키 교향악단으로 알려져 있는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 겸 수석 지휘자로 취임, 3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악단을 이끌며 유럽전역은 물론, 미국, 남아메리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호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감동의 무대를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의 뛰어난 연주로 1996년에는 도쿄 필하모닉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위촉된 것은물론, 쾰른 필하모닉, 베를린필하모닉, 취리히 톤할레를 비롯하여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비엔나 Musikverein와 Konzerthaus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하였다.

오페라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페도세예프는 취리히오페라와 글린카의 ‘황제에게 바친 목숨’과 무소르그스키의 ‘호반시치나'를 성공적으로 연주했으며 2004년에는 차이콥스키의 ’유진 오네긴‘의 성공적인 연주로 관객과 비평가들의 환호를 받았다.

페도세예프는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스크리아빈, 쇼스타코비치, 브람스, 베토벤 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교향곡과 오페라, 발레음악을 연주, 녹음하였으며 2004년부터 2005년에 걸쳐 말러교향곡 제1번, 2번, 5번, 6번, 9번을 녹음했다.

1996년 국가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러시아인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오스트리아 문화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오스트리아 공화국 은십자상을, 2002년에는 비엔나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는 영광을 얻었다.

◈ 피아노 / 임동민 (Dong-Min Lim)

1980년 서울에서 출생한 임동민은 다른 천재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다소 늦은 나이인 9살에 피아노를 시작하였으나 뛰어난 재능과 피아노에 대한 열정으로 피아노를 시작한 지 불과 2년 후, 삼익피아노 콩쿠르를 포함한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선화예술중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임동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수학 도중, 1994년 러시아로 이주, 음악교육의 세계적인 명문,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일명,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가브릴로프, 부닌 등을 길러낸 명교수인 레프 나우모프 교수를 사사했다. 불과 16살 나이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그는 1996년 제2회 국제 영 쇼팽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였으며, 1998년 6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본선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 3위, 2001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3위, 2002년 제12회 국제 차이콥스키 콩쿠르 5위를 차지하는 등, 정명훈, 백혜선에 이어 한국 피아니스트로서는 세 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빛냈다. 또한 2004년 제56회 프라하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 세계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2005년 10월 제15회 폴란드 쇼팽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명성을 굳히고 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한 임동민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의 대극장과 소극장을 비롯하여 차이콥스키 홀, 베를린 콘체르트 홀, 파리 살레 쇼팽 플레엘, 바르샤바 팰리스 라젠스키홀, 예술의전당, KBS홀 등 주요 무대에서 협연과 독주무대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 교수를 사사하고 있는 그는 삼성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아티스트이다.

◈ 공연일시 : 2006년 5월 31일(수) 오후 7시30분

◈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지휘 :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Vladimir Fedoseyev

◈ 협연 : 피아니스트 임동민

◈ 프로그램 : 차이콥스키(편곡 가우크) / ‘사계’ 작품 37b 중에서 4월, 6월, 10월, 12월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 작품18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제10번 E단조 작품93

◈ 입 장 권: R석 18만원, S석 14만원, A석 10만원, B석 6만원, C석 3만원

조기예매 5월 6일까지 20% 할인,

단체 20인이상 10% 할인 (단, 중복할인 없음)

◈ 예 매 처: 티켓링크 1588-7890 www.ticketlink.co.kr

◈ 연주곡목

P. Tchaikovsky (Arr.Gauk)_April, June, October, December from 'The Seasons' op.37b

S. Rachmaninov_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I. Moderato

II. Adagio sostenuto

III. Allegro scherzando

D. Shostakovich_Symphony No.10 in E minor, op. 93

I. Moderato

II. Allegro

III. Allegretto

IV. Andante; Allegro

차이콥스키_'사계' 작품 37b 중에서

4월 아네모네, 6월 뱃노래, 10월 가을의 노래, 12월 크리스마스

라흐마니노프_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 작품18

1악장 모데라토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쇼스타코비치_교향곡 10번 E단조 작품93

1악장 모데라토

2악장 알레그로

3악장 알레그레토

4악장 안단테 ; 알레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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