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새옹지마

  • 입력 2006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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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의 터줏대감, 1급간부 2명이 옷을 벗었습니다. 체신부 시절 공직을 시작한 석호익-이성옥 실장입니다. 신임 장차관이 모두 행정고시 동기입니다. 신임차관은 진대제 장관 시절 나갔다가 다시 발탁된 케이스.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 법. 새옹지마, 생각이 많아집니다.》

정보통신부의 ‘터줏대감’ 2명이 7일 사표를 냈습니다. 석호익 정책홍보관리실장과 이성옥 정보화기획실장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정통부에선 두 자리밖에 없는 1급(관리관) 간부들입니다.

이들은 정통부의 전신(前身)인 체신부 시절부터 이 부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해왔습니다. 터줏대감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죠.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는 모두 행정고시 21회 동기입니다.

차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노 장관이 후임 차관에 정통부 국장을 지낸 뒤 민간회사로 나간 유영환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사장을 데려오면서 이들의 입지가 난처해졌습니다. 유 차관 역시 행시 21회입니다.

차관 승진에 실패한 석 실장과 이 실장이 그대로 머물면 정통부는 장차관과 1급이 모두 행시 동기로 채워집니다. 조직 운영상 아무래도 부담이 생기겠죠. 결국 두 사람은 옷을 벗기로 하고 나란히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노 장관은 아무래도 옛 경제기획원에서 함께 일한 유 차관과 호흡을 맞추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통상 차관 인사는 청와대에서 하지만 이번 정통부 차관은 장관의 생각을 많이 반영했다는 후문입니다.

유 차관이 진대제 전 장관 시절 1급 인사에서 ‘물먹었다’는 이유로 공직생활을 접은 것을 생각하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다른 부처 같으면 21회 국장도 즐비한데 워낙 젊은 장관이 오다 보니 두 사람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78년 5월 4일 수습사무관으로 체신부에 발을 들여놓았던 이들은 이제 공직생활을 접고 민간으로 나갑니다.

승진을 위해 선배들을 밀쳐 내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다른 부처와 달리 정통부 내에선 두 사람의 용퇴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듯합니다. 고참 국장 두 사람이 이들의 자리를 메우겠지만 언제 나갈지 모르는 1급 자리라 영 떨떠름한 분위기도 엿보입니다.

공직에서 떠나는 두 분,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훌훌 털고 민간에서 ‘석호익’, ‘이성옥’이라는 이름을 날리기 바랍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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