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112층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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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류가 최초로 세운 고층건물이다. ‘노아의 대홍수’가 휩쓸고 간 뒤 후손들은 다시 정착할 도시를 건설하면서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세웠다. 자신들만의 건축기술을 자랑하면서 홍수 같은 재앙을 피하자는 뜻이었다고 한다. 후세 학자들은 고증(考證)을 통해 이 탑이 7층에 90m 정도의 높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늘에 더 가까이 가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1990년대 초반까지 초고층 건물의 중심지는 미국이었다. 그러나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88층, 452m 높이의 페트로나스 타워가 생기면서 그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2004년 말 준공된 대만의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빌딩(101층, 508m)이다. 2008년 말 아랍의 두바이에 162층, 706m 높이의 버즈두바이 빌딩이 들어서면 기록이 또 바뀐다. 두 건물 모두 삼성건설의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G동(69층, 261m), 목동 하이페리온(69층, 256m), 여의도 대한생명빌딩(60층, 249m)이 1∼3위다. 그러나 서울 상암동, 여의도, 인천 송도 등에 100층이 넘는 빌딩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몇 년 후면 순위가 크게 바뀔 것 같다. 롯데가 서울 송파구 잠실에 짓겠다며 심혈을 기울여 온 제2롯데월드(112층, 555m)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공군은 신축 부지와 서울공항의 거리가 5.7km밖에 안돼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축에 반대하는 반면 서울시와 롯데는 비행안전구역 밖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교통 환경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 건물부터 짓는 것은 무모하다는 반대론이 있는가 하면 이제 서울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초고층 건물을 가질 때가 됐다는 찬성론도 있다. 서울시는 오늘 도시건축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의한다. 당신이 위원이라면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지겠는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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