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지도자 숭배’ 닮은 통일부次官 취임사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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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지난주 취임사에서 “차관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신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장관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가 모시는 장관님은 한 시대의 역사를 설계하신 남북관계 전문가”라고 칭송했다. “화해·협력, 평화·번영 정책에 대한 대통령님과 장관님의 확고한 리더십과 지침이 있어서, 훗날 역사가들은 한반도 역사를 바꿨던 우리를 남북 평화공존의 개척자들로 평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듣기 민망한 아첨이다. 북한의 개인숭배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일개 차관의 말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면서도 이런 식의 아첨이 공직사회에 또 하나의 ‘코드’가 돼 버린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설계했다’니, 역대 어떤 통일부 장관도 이런 평을 들어본 적이 없다. ‘화해·협력에 대한 확고한 리더십’이라니, ‘지난 3년 간 남북관계에 실질적 진전도 없이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남남갈등만 키웠다’는 시민단체들의 평가를 접하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청와대건 행정부건 모두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고, 대통령은 이런 사람들을 중용하는 ‘아첨과 보상’의 구조가 고착화돼 버렸다. “노 대통령은 대학 총장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등학교 교장”이라고 했던 사람이 일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기용되는 판이다.

아첨이 일상화(日常化)되면 사람과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해진다. 아첨을 받는 사람 입장에선 아첨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결국 건전한 비판세력도 국민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모두 훼방꾼으로 비친다. 이 정권의 표현을 빌리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수구 꼴통 기회주의자들’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정책이 독단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합리적 비판과 견제가 없으니, 대통령과 아첨꾼들의 생각이 거역할 수 없는 정책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이런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남은 2년도 민심과 등질 생각이 아니라면 ‘아첨과 보상’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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