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님! 한말씀]손절매 잘하면 선물서도 통한다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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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모두 행복하다. 하지만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행복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사람이 있는 곳이 선물시장이다. 선물시장은 고수들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와도 같다. 1996년 시장이 열린 이래 숱한 고수가 시장을 누볐다. 목포 세발낙지, 광주은행 피스톨 박, 불광동 고수, 동원증권 할아버지, 일산 가물치, 홍콩 물고기, 스토롱거….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진짜 고수’는 단 2명이다. 한 사람은 지난해 KR선물을 인수하며 제도권에 모습을 드러낸 ‘압구정동 미꾸라지’ 윤강로 대표, 다른 한 사람은 윤 대표의 수제자로 알려진 신아투자자문 최정현(사진) 사장이다.》

○위험에 순응한다

선물시장은 변동성이 주식시장에 비해 7배 정도 크다. 수익을 올리면 증시의 7배를 벌 수 있고 손해를 보면 7배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워낙 시장의 위험이 커 아차 하는 순간에 전 재산을 날리기 일쑤다.

최 사장은 ‘위험 관리의 달인’으로 꼽힌다. 그가 시장을 떠난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9년째 시장에서 고수로 인정받는 것은 탁월한 위험 관리능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증시가 두발자전거라면 선물시장은 외발자전거 같은 거지요. 두발자전거야 아무나 타지만 외발자전거는 잘 훈련된 사람만 탈 수 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개인투자자가 대박을 노리고 뛰어들기에는 시장의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도 몇 차례 ‘올인’의 위기를 겪었다.

선물시장 개장 초기에 그는 한 달 만에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번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돈을 단 1주일 만에 다시 날렸다.

그는 휴가를 내고 서울 시내를 정처 없이 떠돌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새벽에 한강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이런 처절한 실패를 몇 차례 겪은 끝에 그는 위험과 맞서 싸우는 용장(勇將)의 길을 포기하고 시장에 순응하며 위험을 관리하는 지장(智將)으로 탈바꿈한다.

○손절매는 투자자의 생명

무엇이 그를 최고수 반열에 오르게 했을까. 비법을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손절매입니다. 나 스스로 정한 범위를 넘어서면 반드시 손을 털고 나옵니다.”

교과서 같은 대답이어서 손절매 말고 자신만의 다른 비법은 없는지 다시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없어요.”

그의 지론은 시장 상황이 자신의 예측과 맞아떨어졌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측대로 경기가 좋아지고 지표도 좋아졌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는 쪽에 걸었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한다.

바로 이럴 때 손절매를 하고 나올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오른다’는 자기 예측을 확신한다 해도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과신하며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는다.

“10년 가까이 투자하면서 느낀 한 가지 진리는 항상 나보다 시장이 옳다는 겁니다. 내가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흔들림 없이 손절매를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선물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 오전 장이 열리기 전에 종이 한 장을 보며 마음을 추스른다. 그 종이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당신은 지금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최정현 사장은…

△1968년 광주 출생 △1992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5년 서울은행 증권부 입사 △1998년 전업 투자 시작 ▽1999년 8월 신아투자자문 사장 취임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증시 29일 폐장- 내년 2일 개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올해 증시가 29일 폐장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배당을 노리고 투자하려면 늦어도 27일까지는 해당 주식을 사야 한다.

배당은 올해 말을 기준으로 주주 명부에 등록된 주주를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주식 거래에 따른 결제가 완료되려면 이틀이 걸리기 때문이다. 증시는 내년 1월 2일 개장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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