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1년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코멘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에는 독신자 뤽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가전제품들이 그에게 말을 건다. 식탁에 앉으면 냅킨은 알아서 목에 감기고 주전자는 스스로 물을 끓여 찻잔에 차를 따른다. 비디오폰은 누군가가 찾아왔다고 알려 준다. 모두가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뤽 자신도 인공지능을 가진 ‘인조인간’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작가는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하고 인공 두뇌가 인간 두뇌를 능가하는 단계가 되면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를 은유적으로 묻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상과학이기만 한 것일까. 대답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실현 가능한지는 컴퓨터 칩의 성능 향상에 대한 ‘무어의 법칙’과 ‘황의 법칙’에 의해 설명된다.

인텔사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은 마이크로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배로 증가하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PC라는 것이다.

황의 법칙은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이 200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 회로학술회의에서 제시한 법칙으로 마이크로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18개월이 아니라 매년 2배로 증가하며 이는 PC가 아니라 모바일이나 디지털가전제품에 의해 주도된다는 예측이다.

미국의 유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 저술가이기도 한 레이 쿠르츠웨일이 2002년 내놓은 전망을 보면 2009년까지 형체가 있는 컴퓨터가 사라지고 현재의 모니터는 망막화할 것이며 무선 인터넷의 유비쿼터스화가 실현된다.

쿠르츠웨일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경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여 순식간에 컴퓨터 간의 지식 공유가 이루어진다. 그 무렵에는 인간 두뇌를 분해함으로써 인간의 두뇌를 닮은 기계를 개발하게 되고 인간의 두뇌를 내려받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다.

이 같은 미래의 시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개발에서 비롯됐다. 1971년 11월 15일 미국 인텔사가 개발한 4비트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그것이다. 한 개의 작은 실리콘 칩에 다수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회로로 연결한 것.

올해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용량이 2배 늘어난 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내놓았다. 베르베르의 소설 속 세계에 다시 한 발 다가선 것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