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圈의 투쟁 동력’을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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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어제 “야당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판하면 큰 뉴스가 안 되지만 여당이 하면 화제의 중심이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10·26 재선거 이후의 여권 내 갈등이 역설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국민의 관심을 모을 동력(動力)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이런 자가 진단에는 ‘경험적 근거’가 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6월 지방선거와 8월 재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만들어 낸 정치적 역동성에 휩쓸려 결국 대선에서 패배했다. 2000년 12월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퇴진을 요구하며 주도한 ‘정풍운동’ 때도 한나라당은 지금과 똑같은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당시 최고위원이 당권-대권 분리를 요구하다가 통하지 않자 탈당까지 했지만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했던 당 지도부는 개혁 요구를 외면했다. 그리고 이런 ‘수구(守舊)’를 대선 표심이 외면했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이 어제 당 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4년 전 상황의 재판(再版)이다. 문제는 여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한나라당의 ‘웰빙당(黨) 체질’에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그제 한나라당은 안풍 사건 무죄 판결을 계기로 병풍-총풍 등이 ‘공작정치’에 따른 조작이었다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여권이 공작정치로 민심을 도둑질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 자체가 야당의 ‘자력(自力) 득점 요인’은 되지 못한다. 한나라당은 민생 경제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비전과 구체적 대안으로 정치 동력을 스스로 만들고, 다수 국민의 마음을 붙잡아야 희망이 있다. 현 정권의 뒤를 밟는 ‘2급 포퓰리즘 정치’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다수 국민이 아무리 현 정권에 실망했더라도 그것이 곧 한나라당 집권의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 한나라당이 아니면 안 되는가’를 보여 주지 못하는 제1야당의 존재는 국민에게도 비극이다. 오죽하면 여권 핵심 인사들이 “다음 대선은 자신 있다”고 지금도 호언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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