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9기 국수전… 집념의 승부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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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은 흑 165에 무려 57분을 투입하며 장고했다. 백 164가 중앙 패를 방치하고 이쪽 돌부터 살린 배짱 두둑한 수였기 때문. 흑 165로 끊으면 중앙 패의 크기가 무척 커진다. 하지만 흑은 팻감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흑 165로 패를 키우는 것은 무리다.

조 9단은 혹시 패를 피하는 길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했다. 하지만 그런 길은 없었다. 흑 165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안 됐을 것이다. 나머지는 망설임의 시간이었다. 분명 흑 165로 두면 지는데 그 길밖에 없다는 점이 조 9단으로선 괴로웠을 것이다.

흑 165를 놓으면서 그는 패배를 받아들였다. 상대의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역전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끝내기의 달인 이창호 9단이 실수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는 것을 조 9단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조 9단은 마지막으로 패를 낼 수 있는 기회였던 흑 179 때도 3분 30초간 생각했지만 어차피 팻감 부족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곱게 잇고 말았다. 이어 백 180, 182로 중앙 두 점을 때려내면서 승부는 확정됐다. 조 9단이 이 바둑에 집념을 보였지만 이 9단의 선방이 더욱 돋보였다.

127…47, 163·169…151, 166·172…160, 182…140. 소비시간 백 2시간 56분, 흑 3시간 19분. 대국 장소 서울 한국기원 일반대국실. 21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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