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오핸런]유엔안보리國 자격 꼼꼼히 따지자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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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유엔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유엔 개혁이라는 화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닥난 재정 확충, 강력한 핵 비확산 정책의 수립, 효과적인 인권 증진 방안 마련까지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확대 문제일 것 같다.

이사국 수를 15국에서 25국으로 늘리는 목표에 대해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사국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의사결정의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비(非)서방권 회원국이 대표성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두 방식 가운데 영구 상임이사국을 6개 늘리는 한편 현재의 이사국(P5)이 누리는 거부권은 주지 않는 방식이 있다. 나머지 네 자리는 현재의 비상임이사국 운영 방식처럼 2년씩 돌아가면서 맡게 된다. 그러나 현재 유엔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P5가 영향력 약화를 꺼린다는 이기적인 요인을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

상임이사국 6석 증대라는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일본 인도 독일 브라질 및 아프리카 2개국(나이지리아와 이집트가 유력해 보인다)이 유력한 후보다. 문제는 이 후보국들이 나름대로의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리 개혁의 진짜 목표는 대표성 증진 자체보다는 세계 평화와 안정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는 나라는 그 이유를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도를 보자.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인 만큼 언젠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인도는 핵무기를 개발했고, 1998년에 핵실험까지 마쳤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거부하면서) 핵 확산 방지 노력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인도는 안보리 진출에 앞서 중요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보유 핵탄두에 상한선을 둔다거나,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런 조치가 없이 인도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부여받는다면 이는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행위를 하면서도 ‘보상’을 받는 것처럼 국제사회에 비칠 수 있다.

독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유지 활동에 동참하는 등 괜찮은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 과연 3번째(러시아를 포함한다면 4번째) 상임이사국 자리를 안겨 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독일은 영국 프랑스보다 큰 나라로, 유엔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3국은 다른 상임이사국에 비교할 때 작다.

유럽은 단일 국가화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 프랑스와 비슷한 규모의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는 불공평하다고 여길 수 있다.

일본은 강력한 후보지만, 이상적인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업적을 더 쌓아야 한다. 중국 한국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긴장은 차치하고라도, 역사적 의문점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는 ‘좋은 일’을 했지만, 일본 자위대는 과도한 제약 때문에 다른 연합군의 보호를 받아야 했다. 일본이 진정한 세계 안보 유지에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먼 일인지를 잘 보여 준다.

아프리카와 이슬람 세계에서 이집트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압제 국가다. 이집트는 안보리 진출에 앞서 민주주의 도입 의지를 더 보여야 한다. 또 다른 부패 국가인 나이지리아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가 좋은 후보감이다.

이슬람 세계에 발언권을 더 부여하기 위해서라면 이집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터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요르단 레바논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안보리 확대 개편을 마무리 짓기 위해 유엔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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