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臨政 교통국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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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上海)를 찾는 한국인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마당루(馬當路)의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옛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다. 임정(臨政)은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부터 13년 동안 이곳을 청사로 썼다. 허름한 3층 벽돌집으로 회의실, 집무실, 숙소가 있고 벽에는 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 등 임정 요인들의 빛바랜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아침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당초 중국 당국이 철거하기로 했으나 1992년 한중(韓中) 수교 후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그대로 남게 됐고, 지금은 상하이 시가 유적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회사원 J 씨는 지난달 이곳을 돌아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비록 망명정부라고 하지만 한 나라 정부 청사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데다 안내를 하는 여직원조차 우리말이 서투른 중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사들이거나 임차해 제대로 관리하고 안내도 한국인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도나마 보존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당시 임정은 몇 개의 부속 건물도 함께 쓰고 있었는데 그중 교통국이 입주했던 단둥(丹東) 시의 이룽(怡隆)양행 건물은 도시계획에 따라 내년에 아예 헐린다는 보도다. 임정 교통국은 군수품 및 기밀문서, 독립운동 자금, 인력 등을 다루는 핵심 부서였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임정의 법통(法統)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상하이 임정 청사도 주변 도시계획으로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건물 보존을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 상하이 임정 청사의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 비용도 들여야 한다. 그런 데 세금 쓰는 것을 아까워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마침 어제 백범의 손자인 김양(金揚) 씨가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다. 임정 청사에 걸린 백범의 사진이 한국 정부와 손자의 노력을 지켜볼 터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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