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손기정 금메달 논란, 공개만이 해법이다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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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해 받은 금메달을 둘러싸고 좋지 않은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실됐다, 있지만 많이 훼손됐다, 엉뚱한 곳에 보관돼 있다는 등 소문의 내용도 갖가지다.

손 선생의 외손자이자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인 이준승 씨는 금메달을 보관하고 있는 육영재단(이사장 박근영) 측에 “금메달이 있는지 없는지 볼 수만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있다면서 공개 못할 이유가 뭐냐”, “누구나 볼 수 없으면 유품으로서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손기정 메달을 국민의 품으로’라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육영재단 측은 “잘 보관하고 있다. 손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아들 손정인(일본 거주) 씨가 오면 보여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7월 ‘손기정 메달이 없어졌다’는 제보를 받고 육영재단을 직접 방문해 금메달을 확인하고 촬영까지 했다. 그때 육영재단이 보여준 게 진품이라면 분실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진을 본 강형구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은 “훼손이 너무 심해 직접 봐야 진품 여부를 가릴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손 선생은 “내가 죽거든 금메달을 비롯한 마라톤 기념품을 반드시 한곳에 모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게 해 달라”고 유언했다. 1979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은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준 손 선생의 뜻을 기리는 기념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며 손 선생의 동의를 얻어 기념품 일체를 육영재단에 넘겼다. 금메달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뜻에서다.

금메달의 빛을 바래게 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 일은 육영재단만이 할 수 있다. 메달만 공개하면 될 일이다. 훼손 논란이나 앞으로 누가, 어디서, 어떻게 관리할지는 다음 문제다.

육영재단은 “예산 부족으로 금메달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금메달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에 넘기는 문제도 검토해 봐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금메달’을 만들어 달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최선의 길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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