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인권에는 ‘입이 없는’ 정부

  • 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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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전국 15개 대학 학생들의 모임인 북한민주화학생연대가 그제 북한의 인권 참상을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 50여 점을 서울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 전시했다. 학생들은 “인권을 얘기하는 데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느냐”고 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18개 단체 회원 400여 명도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광복 60주년 북한 인권 개선 촉구대회’를 열고 북한 주민의 인권에 무관심한 정부를 비판했다.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언론들이 미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머지않아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해 본격적인 대북(對北) 인권 공세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김정일 정권이 ‘인권 쓰나미’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탈북자들이 증언한 북한 인권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손에 쥐고도 6자회담에 부담을 줄지 모른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에는 탈북자 수용소에서 아기를 낳으면 죽을 때까지 땅바닥에 엎어 놓는다는 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학생 일기장 검사나 두발 제한 등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민간기업 채용 규정까지 인권을 잣대로 조사하면서, 공개 처형을 일삼는 북한의 반(反)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 무엇을 위한 인권위인가.

정부는 탈북자 입국을 억제하는 정책까지 내놓고 있는데, 이 또한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남한을 비난해 온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주민을 굶겨 죽이는 북한 정권의 눈치는 이렇게 살피면서 지난날 국내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응징’ 의지를 번득이는 정부다.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의 학정(虐政)을 방조하는 행위다. 마침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북한의 반인권 범죄 정보 수집을 위한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 법안 제출을 계기로 삼아서라도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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