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홍지원]‘명품 인간’이 그립다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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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사람 관찰’을 즐겼다.

지하철을 타면 ‘왜 저 아저씨는 저런 넥타이를 매었을까? 컬러가 어울리지 않는데…’, ‘저기 앉아 있는 아줌마는 왜 눈썹을 저렇게 그렸지?’, 신문을 읽는 사람의 표정을 보곤 ‘저 사람은 어떤 성격일까?’를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과의 전화 통화를 할 때면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나는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사람의 개인이미지(PI·personal identity) 연구와 컨설팅하는 일을 한다.

만나는 사람 중 정말 보석과 같이 맑고 투명한 사람, 잘 만들어진 양복같이 세련된 사람, 보수와 현대를 적절히 섞어 놓은 사람, 한 장의 스카프처럼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지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삶을 배운다.

잘 만들어진 명품처럼 사람에게서도 명품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명품이란 몇 백 년의 전통을 이어받고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일관되게 표출한다. 그러한 명품들을 잘 살펴보면 공통된 5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특성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첫째, 오랜 전통 속에서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세월이 흘러가도 늘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사람의 진가가 발휘되고 품성이 아름답게 비치는 사람. 이는 인격적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섬세한 사람들이다.

둘째, 군더더기 없는 ‘좋은 디자인’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세련되고 준수한 이미지를 갖춘 사람들이다. 목소리 하나까지도 세련된 미를 갖추고 있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적당히 사용할 줄 아는 이 같은 유형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명품의 세 번째 요인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융통성’에 있다.

유행에 너무 민감하지도 않고 앞서 가지만 튀는 스타일이 아닌 심플한 감성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중용이라는 미덕으로 타인의 말을 경청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문화를 즐기며 삶과 일 속에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넷째, 공급 제한을 통해 ‘희소성의 가치’를 안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이런 저런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이다. 나서야 할 때와 들어가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고, 대체로 말이 없고 내공을 묵묵히 쌓아가는 유형이다.

마지막 특성은 철학과 스토리를 통한 ‘차별성’에 있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통해 개발하고 나만의 독특성과 차별성을 소유한 창조적인 유형이다. 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뛰어난 속성이 있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늘 같은 격조를 유지하면서 항상 그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고, 가까워질수록 더 그리워지고, 그 사람이 사라진 뒤에 더욱 그리워지는 자신만의 향기를 가진 사람.

잘 다듬어진 내적인 풍성함과 세련된 이미지에 상대를 늘 배려할 줄 알고 이해하는 너그러움,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별적인 독특한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 생각의 끼, 행동의 끼, 사상과 철학에서도 끼가 드러나 완강함에 부드러움, 풍부함에 절제의 미학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명품과 같은 사람, 즉 ‘명품 인간’이 아닐까.

홍지원 인덕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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