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보미]마흔셋 최형우, 에이지즘을 깨부수다

  • 동아일보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나이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에이지즘(ageism)’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고용시장이다. 다만 여러 종류의 차별이 그러하듯 최소한 ‘차별은 부당하다’라는 인식은 있다. 최소 겉으로는 차별하지 않는 ‘척’ 정도는 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같이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있다.

다만 ‘신체 능력’이 곧 업무 역량에 직결되는 스포츠에서 에이지즘은 노골적이다. 21세기 남자 테니스를 지배했던 ‘빅3’ 중 유일하게 남은 현역 선수인 노바크 조코비치(39)는 메이저 대회 기자회견 때마다 ‘은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조코비치는 2025시즌 남자 단식 세계랭킹 4위다. 평생의 노력을 쏟아 경력을 쌓았고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왜 은퇴 안 하냐?’고 묻는 일은 다른 영역이라면 몰상식, 나아가 무례함으로 여겨질 것이다.

스포츠에서 ‘최연소’와 ‘최고령’ 기록은 ‘일’ 단위까지 따진다. 최연소 기록에는 같은 성과라면 단 하루라도 어린 선수가 더 큰 일을 해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시장은 당연히 비슷한 실력이면 나이가 어린 선수의 미래 가치를 훨씬 크게 책정한다. ‘평균치’를 고려할 때 타당한 접근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20대에 신체 능력의 정점을 찍고 이후 하향곡선을 그린다.

이런 맥락에서 ‘최고령’이 가진 함의는 ‘전성기가 한참 지났는데 놀랍게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최고령 기록은 시장가치가 높게 측정되기 어렵다. ‘얼마 못 가 기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심 속에 보상을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베테랑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

1983년생 프로야구 선수 최형우는 2025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을 셀프 경신한 뒤 “최고령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좋다. 나이와 매년 싸우고 있는데 이겨내 뿌듯하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삼성의 4번 타자로 뛰다가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원 시대’를 열며 KIA로 이적했던 최형우는 9년이 지난 2025년에도 여전히 4번 타자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 위즈덤을 제외하면 홈런(24개)도 팀 내 1위에 OPS(출루율+장타율)는 리그 전체 5위(0.928)였다.

최형우는 평균치를 한참이나 벗어난 ‘아웃라이어’다. 하지만 예외적인 활약을 꾸준히 한 덕에 2026시즌을 앞두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삼성과 2년 26억 원에 계약하며 베테랑 디스카운트에 실력으로 저항했다.

사실 일반 고용시장에서 진리처럼 여겨지는 ‘65세 정년’도 독일이 1916년 연금 보험을 설계할 때 정한 기준일 뿐이다. 그 시절 독일 기대수명은 50세가 안 됐다. 스포츠 고용시장도 마찬가지다. 40대는 도매금으로 ‘전성기가 지났다’고 취급된다. 하지만 2년 연속 최고령 홀드왕을 차지한 노경은(42), 시즌 끝까지 홀드왕을 경쟁한 김진성(41)도 40대에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다. 30대부터 노장 소리를 듣던 시절과 40대가 돼도 관리만 잘하면 펄펄 나는 지금은 다르다.

#에이지즘#스포츠#최고령 기록#최형우#연령차별금지법#베테랑 디스카운트#커리어 하이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