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민주당이 간과한 ‘클린 핸즈의 원칙’

  • 동아일보

황형준 정치부 차장
황형준 정치부 차장
법정에는 ‘클린 핸즈의 원칙(clean hands doctrine)’이라는 게 있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부정한 손을 가진 사람들은 구제를 요청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위법적으로 수집된 증거, 법이나 윤리에 어긋난 행위 등은 정당성을 상실해 법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

이 원칙은 어떠한 주장이나 행위의 정당성이 있으려면 그 사람의 행실이 반듯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의사가 수술하기 전에 환자에게 감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특히 공권력을 가진 집행기관이나 법을 만드는 입법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사법부 등 권력기관은 물론이고 이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인과 시민단체 등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갖추는 게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각종 비리 의혹을 보면 이 당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좌진에 대한 각종 갑질 논란부터 차명 주식 거래 의혹, 성추행 의혹과 축의금 수금 논란까지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추문은 터져 나왔다. 내란이라는 국민의힘의 역대급 과오에 가려 상대적으로 비판의 강도가 희석됐을 뿐이다.

국민들을 속 터지게 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강선우 의원은 7월 인사청문회에서 보좌진에 대한 ‘비데 수리 갑질’이 논란이 되자 “조언을 구하고 부탁드렸던 사안”이라고 변명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이 일자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답하기도 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였다. 성추행 피해자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장경태 의원의 신체 접촉을 고발했음에도 장 의원은 “대본에 따라 연출된 듯한 ‘녹화 인터뷰’”라며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등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당내 여성 의원들조차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18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 의원과 가까운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12월 첫 기자회견에서 윤리감찰단의 장 의원 사건 진상조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회피했다. 대표가 감싸려 드니 진상조사는 한 달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온 가족의 각종 갑질 의혹을 낳았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로 일관하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을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떠밀리듯 사퇴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그간 제기됐던 갑질 의혹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부인해 왔다. 언론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기어이 ‘전략적인 봉쇄 소송’ 방지 조항을 ‘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반영하지 않고 처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현 여권이 최소한 도덕성 측면에선 야권보다 낫다는 믿음도 퇴색된 지 오래지만 이렇게까지 당내 인사가 줄줄이 구설에 휘말린 것은 드물다. 추진 중인 개혁과 내란 청산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 먹지 않으려면 사후에라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남을 재단하고 규제하는 권력자들의 손은 누구보다 깨끗해야 한다는 원칙을 되새기길 바란다.

#클린핸즈원칙#더불어민주당#비리의혹#갑질논란#성추행의혹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