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강지민, 2m 버디 놓치고 기적같은 홀인원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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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강지민(25·CJ)은 14번홀(파5)에서 3온에 성공한 뒤 2m 버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게 웬일. ‘버디 동생은 파가 아니라 보기’라는 주말골퍼 사이의 우스갯소리처럼 어이없는 3퍼팅으로 오히려 보기를 했다. 한 타를 잃으면서 중간합계 12언더파로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

우승의 희망이 깨지는 듯했다.

그러나 늘 느긋한 성격의 강지민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15번홀(파3)을 향하면서 그는 수도 없이 속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지민아 괜찮아. 그게 골프야. 앞으로 잘하면 그만이야.”

자기 최면이 맞아떨어졌을까.

내리막 125야드에서 9번 아이언을 빼든 강지민이 가볍게 티샷을 했다. 핀 왼쪽에 떨어져 그린 위를 3차례 튄 공은 거짓말처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자신의 5번째이자 프로 첫 홀인원.

공이 사라진 순간 강지민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껑충껑충 뛰며 “오 마이 갓”을 외쳤다. 그러더니 갤러리와 일일이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 확률이 1만분의 1도 안된다는 홀인원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나온 것. 같은 조에서 먼저 티샷을 한 이미나의 공이 좀 짧은 것 같아 한 클럽 길게 잡았다는 게 강지민의 설명.

단번에 공동선두가 된 강지민은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뛰쳐나가며 기세를 올렸다.

승기를 잡은 그에게는 다시 한번 행운이 찾아들었다.

17번홀(파4) 버디를 잡은 이미나와 공동선두로 들어간 마지막 18번홀(파4). 이미나의 드라이버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나무 아래 러프에 빠진 반면 강지민은 3번 우드를 잡고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렸다.

이미나가 레이업으로 빼낸 세컨드 샷은 다시 그린 왼쪽 앞 러프에 박혔고 강지민은 편안하게 2온에 성공. 이미나는 서드샷마저 그린을 넘겨 에이프런까지 굴러가면서 힘겹게 4온을 했고 강지민은 2퍼팅으로 먼저 파를 세이브했다. 이미나는 2퍼팅으로 뼈아픈 더블보기.

국내 여자골프 최강 출신으로 변변한 스폰서도 하나 없이 어렵게 미국에서 뛰고 있는 이미나가 거듭된 불운으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사이 강지민이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조였던 지난해 챔피언인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감기에 걸렸음에도 16, 17번 홀 연속 버디로 추격의 의지를 보였으나 강지민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LPGA코닝클래식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강지민―15273(69-70-68-66)
이미나―13275(69-71-68-67)
소렌스탐―13275(69-68-69-69)
한희원―11277(74-69-62-72)
임성아―10278(70-69-70-69)
○18김주미―4284(72-68-71-73)
○37여민선 E288(71-73-71-73)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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