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동쪽으로 비행하면 더 빠르다

3월 초 미국의 모험가 스티브 포셋 씨가 초경량 비행기 ‘글로벌 플라이어’를 타고 단독 세계일주 비행에 성공했다. 캔자스 주의 설라이나 공항을 이륙한 후 대서양, 아프리카, 인도, 중국 및 태평양 상공으로 약 3만7000km의 거리를 66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해 이륙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어떻게 연료의 추가 공급 없이 66시간 이상을 논스톱으로 비행했을까.

1944년 어느 날 미국 폭격기 B-29가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고도 약 10km를 유지하며 태평양 상공을 날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비행기의 엔진을 전속력으로 회전시켜도 비행기가 전혀 전진하지 못했다. 엔진에는 이상이 없었다. 기상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비행기가 지나간 곳에서 초속 80m나 되는 엄청난 속도의 바람이 발견됐다. 바로 ‘제트기류’였다.

지구 자전 때문에 바람은 동쪽을 향하게 되는데 비행기는 배풍(뒤바람)을 이용해 날면 지구의 자전속도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특히 대류권과 성층권의 중간인 약 14km 고도의 대류권계면에 생성되는 제트기류는 겨울철에 중심 풍속이 초속 약 100m로 서에서 동으로 분다.

‘글로벌 플라이어’는 지구의 자전 방향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비행했으며 비행고도는 약 14km였다. 포셋 씨의 성공은 제트기류를 최대한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고도와 방향을 선택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배풍을 받고 순항해 바람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보다 비행 시간이 1∼2시간 단축되고 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지구 자전에 의한 원리는 인공위성의 발사에도 적용된다. 세계적으로 대다수의 로켓발사장은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에 위치한다. 자전 속도가 가장 큰 적도 근처에 위치하면 로켓은 더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고 로켓을 동쪽의 지구 자전 방향으로 일치시켜 발사하면 작은 힘으로도 필요한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지구가 로켓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

ykchang@h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