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軍 역할 갈등’ 걱정되는 한미관계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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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대북(對北) 억지력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는 동북아 평화유지군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용하겠다는 미국의 전략구상을 말한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첫 방침 표명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발언을 일면 수긍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국면이다. 또 한국은 냉전 종식 후 중국의 급부상, 미일 동맹 강화,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 심화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예컨대 주한미군이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미국 뜻에 따를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당연히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2003년 5월 방미(訪美)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의 지역적 역할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올해 한미 두 나라가 논의키로 한 최대 현안이다.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결론부터 내놓는 것으로 비친다면 양국 간에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 한미 모두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로 차분하게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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