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고승철 칼럼]달아오를수록 냉정해지자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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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는 유럽 증권계에서 전설적인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주식 투자로 엄청난 부(富)를 쌓았고 문필가로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의 투자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코스톨라니 달걀’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이에 따라 주식을 사고팔았다. 달걀 위꼭지를 주가 정점, 가운데 볼록한 부분을 변환점, 아래꼭지를 주가 바닥으로 생각했다. 폭락 장세에서 투자자 대부분이 울상일 때 주식을 사들이고, ‘묻지 마 장세’에서 팔아 차익을 챙겼다. 그는 “좋은 종목을 샀다면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라”고 권유할 정도로 인내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BLASH·Buy Low and Sell High)”는 흔한 투자격언과 코스톨라니의 투자 비법은 같은 셈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식 투자에 관한 대화가 부쩍 자주 오간다. 시세를 알리는 모니터 앞에서 남몰래 웃음 지으며 흐뭇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서울 여의도 주변의 식당과 술집에도 모처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외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개미 투자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증시 끝모를 낙관론▼

어느 국내 증권사는 “대세상승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증시 빅뱅(대폭발)’ 장세를 예견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가지수가 올해 1200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 가능성이 보이자 ‘증권 전문가’ 대다수가 낙관론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불과 서너 달 전만 해도 그들은 비관론자 일색 아니었던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때 누군가가 ‘나 홀로’ 낙관론을 펼쳤더라면 족집게 분석가라는 명성을 누렸을 것을….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중론 또는 비관론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도 줄기차게 나와야 한다. ‘달걀의 위꼭지’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거기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엔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증권사 객장에 나타나면 꼭지점에 이른 신호로 여겨졌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으니 그런 신호가 눈에 띄기도 어렵다.

주가 예측과 관련해 ‘개구리뜀’ 이론이라는 게 있다. 개구리가 어디로 뛸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가 예측이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술 취한 사람 걸음’ 이론이라는 것도 같은 내용이다.

어느 신문사 경제부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 2002년 12월 20일 송년회 날짜의 종합주가지수를 예측하는 게임을 했다. 주가 요인을 공부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였다. 경제부 기자는 언론인 윤리 강령에 따라 당연히 주식 투자를 하지 못한다. 기자들은 3주일 전에 각자 예측 수치를 내놓았고 당일 지수와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낸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었다. 그날 종가는 709.44였고 709.82를 써 낸 기자가 우승했다. 0.38포인트 차이니 가히 족집게 수준이었다. 우승자는 “우연히 맞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평상심 지녀야▼

증시가 달아오를 때 흥분하지 말고 차가워지더라도 낙심하지 말 일이다. 투기 비슷한 투자는 패가망신을 부를 수 있다.

코스톨라니는 주식 투자를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로 봤다. 그런 대가(大家)도 파산 가능성을 두려워한 것이다. 투자자는 모름지기 평상심을 지녀야 한다. 예쁜 달걀 하나를 눈앞에 두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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