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386>卷五.밀물과 썰물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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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이번에는 반드시 장함을 사로잡아야겠는데 성안의 적들이 저리 강성하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한군이 첫날 싸움에서 어림없이 내쫓기자 한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장량에게 물었다. 아무리 장량이라고 해도 당장에 신통한 계책이 있을 리 없었다.

“아무리 굳센 방패라도 뚫어낼 창은 있는 법이니 대왕께서는 너무 심려 마십시오. 제게 며칠 살필 여유를 주시면 저 성을 깨뜨릴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한왕을 위로했으나 그리 자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음날 장량은 한왕에게 그날 하루 싸움을 쉬게 한 뒤 자신은 장졸 몇 명만 거느리고 진채를 나갔다. 그런데 그날 저물 무렵 해서야 진채로 돌아온 장량이 그지없이 환한 얼굴로 한왕의 군막을 찾았다.

“선생의 낯빛을 보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듯하구려. 그래 낮에 나가 무얼 하셨소?”

한왕이 장량의 낯빛을 살피며 그렇게 물었다. 장량이 밝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은 낮에 폐구 주변 고을을 돌며 지세를 살피고 촌로에게 물어 지리(地利)로 이 성을 떨어뜨릴 방책을 알아냈습니다. 더는 무리하게 장졸을 상하지 않고 장함을 사로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 방책이 무엇이오?”

한왕이 반가워하며 물었다.

“수공(水攻)입니다. 이곳 폐구는 위수(渭水)가에 자리 잡은 성으로서 상류로 20리만 가면 두 갈래 물길이 합쳐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 위 두 물줄기에는 좁은 계곡이 많아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물을 가둘 수 있는데다, 마침 늦여름이라 강물까지 넉넉하니 수공을 한번 펼쳐 볼 만합니다. 먼저 군사들을 그리로 보내어 두 물줄기를 막고, 이곳의 위수 물길을 폐구성 안으로 돌리게 한 뒤에 한꺼번에 터뜨리면 폐구성은 함빡 물에 잠기고 말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는 배와 뗏목을 풀어 물에 빠진 장함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장량의 그와 같은 대답에 한왕 유방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장량을 보고 말했다.

“선생께서 그와 같이 폐구성을 우려 뺄 방책을 알아오셨으니, 마음속으로는 이미 그것을 실현시킬 세밀한 계략도 세우셨을 것이오. 그 계략도 과인에게 일러주시오.”

그러자 장량은 기다렸다는 듯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먼저 장군 번쾌에게 군사 3천을 이끌고 폐구 서쪽 30리 되는 곳으로 가서 위수 본류(本流)의 흐름을 막게 하십시오. 어귀 좁은 계곡을 골라 흙모래를 담은 가마니와 자루로 둑을 쌓으면 이틀 안으로 많은 물을 가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군 조참에게도 또 다른 군사 3천을 주어 폐구 서쪽 20리 되는 곳에서 위수로 흘러드는 지류를 막게 하십시오. 번 장군과 같이 둑을 쌓아 되도록 많은 물을 가두게 하되, 이틀 뒤 정오에는 양쪽이 한꺼번에 둑을 터뜨려 폐구를 쓸어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장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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