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견제의 원칙’ 저버린 감사원 사무총장 인선

  • 입력 2005년 2월 1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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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옆 산기슭에 자리 잡은 감사원에 들어서면 다른 행정부처와는 다른 분위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점심때면 구내식당은 늘 직원들로 북적댄다. 간부 식당에선 원장 주재로 1급 이상 간부 거의 모두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숟가락을 함께 든다. 외부 식사 약속이 잦으면 동료들로부터 ‘의심’을 사기 때문이다.

요즘 이곳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오정희(吳正熺)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의 사무총장 발탁 인선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헌법상 청와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 제1과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감사를 맡고 있다. 그래서 감사원은 더욱 정치적인 중립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감사원장 임명 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동의 절차를 둔 것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인 오 비서관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뒷말이 나오는 것은 꼭 ‘코드 인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우선은 다른 어느 고위직보다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가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정무직 차관급인 사무총장은 감사원 7개국을 총괄하는 핵심 ‘포스트’다. 감사원에 차관급 자리는 6인의 감사위원이 더 있지만 사무총장의 역할에 견줄 바는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 대기를 막기 위해 공직기강 감찰을 나가는 곳 또한 감사원이다. 이런 점에서 감사관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무총장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내려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권과 견제’에 강한 집착을 보여 온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감시 역할을 맡고 있는 감사원의 실무책임자에 ‘대통령의 사람’을 임명한 것은 자칫 ‘원칙의 포기’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신임 사무총장은 이런 세간의 비판적인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각별히 유념해 ‘자리의 무게’에 걸맞은 역할과 처신을 해야 할 것 같다.

최영해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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