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365>卷五.밀물과 썰물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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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뒤로는 항왕의 대군이 쫓아오고 앞에는 반적(叛賊)들이 길을 막고 있으니 이를 어찌했으면 좋겠소?”

장량과 진평을 비롯해 장수들을 불러 모은 한왕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그때 조참이 일어나 씩씩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번쾌를 대신해 왕무(王武)와 정거(程0)를 잡아보지요. 제게 군사 1만 명만 갈라주시면 먼저 달려가 대왕의 길을 열겠습니다.”

장량과 진평도 달리 떠오르는 계책이 없는지 말이 없었다. 이에 한왕은 조참에게 군사 1만을 갈라주며 먼저 외황으로 가게 했다. 그런데 오래잖아 조참으로부터 또 다른 급보가 날아들었다.

“전에 항복했던 위공(魏公) 신도(信徒)가 왕무와 호응하여 옹구(雍丘)에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외황의 왕무를 이긴다 해도 북쪽에 정거를 두고 옹구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달리 신도를 쳐부수고 서쪽으로 가는 길을 열 장졸들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관영이 나섰다.

“위공 신도는 제가 맡겠습니다. 제게 1만 군사만 주시면 옹구를 되찾고 신도의 목을 바치겠습니다.”

이번에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관영에게 다시 1만 군사를 나눠주고 남은 군사를 재촉하며 한왕이 탄식처럼 나무랐다.

“이래저래 군사를 떼어내고 나니 상하고 지친 3만만 남았구나. 대장군 한신은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것이냐? 수수를 건널 때 거느리고 있던 장졸만도 만 명이 넘었다면 지금쯤은 더 많은 패군을 수습했을 터, 어서 과인의 어가(御駕)를 호위하지 않고 어디를 헤매고 있다는 말이냐?”

그때 마치 한왕의 나무람을 듣고 온 듯 서쪽에서 대장군 한신의 사자가 달려왔다. 영벽에서 헤어진 종공(종公)이 여남은 기(騎)를 거느리고 나는 듯 달려와 한신의 뜻을 전했다.

“대장군께서는 군사 3만을 모아 먼저 형양(滎陽)으로 가셨습니다. 대왕께서도 하루 빨리 홍구(鴻溝)를 건너 형양으로 본진을 옮기시라고 여쭈라 하셨습니다.”

“수습한 군사가 3만이라면 장수들은 어찌되었는가? 누가 대장군과 함께 있는가?”

한왕이 먼저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종공이 아는 대로 대답했다.

“역((력,역))선생 이기와 역상 형제, 장군 근흡과 부관(傅寬) 등입니다. 신을 비롯해 모두 수수를 건넌 뒤에 대장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형양이라 하였던가? 대장군이 하필이면 왜 그 먼 형양으로 모이라 하는가?”

이어 한왕은 아무래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다시 그렇게 물었다. 이번에는 종공을 대신해 곁에 있던 장량이 차분히 말했다.

“대장군은 형양에 자리 잡고, 가까이 있는 오창(敖倉)의 곡식을 먹으며, 광무산(廣武山)의 천험(天險)을 빌리고, 성고(成皐)와 의지하는 형세로 항왕의 대군을 막아볼 작정인 듯합니다. 소(蕭)승상이 관중에서 장정과 물자를 보내기에도 멀지 않은 곳이니, 신이 보기에도 우리 패군을 수습해 항왕의 기세를 되받아 칠만한 곳은 거기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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