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산업미술과 이원복 교수(59)의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가 12권 ‘미국-대통령’편을 마지막으로 20여 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88서울올림픽 이전만 해도 유럽을 ‘먼 나라’로 여겼던 한국인에게 중국 미국 일본 외에도 다양한 외국이 있음을 깨우쳐 준 노작(勞作)이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한국인의 국제적 안목을 넓혀 준 ‘만화 세계사’로 평가하며, 작가를 진정한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세계인)으로 대접한다.
▷작가는 고교생 때 외국 만화를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한 것을 계기로 만화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독일 뮌스터대 디자인학부에서 디플롬 디자이너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 철학부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학력과 10년에 걸친 유럽 유학 기간 중의 방랑(放浪), 그리고 작가의 왕성한 지적 탐구와 수십 차례에 걸쳐 일본과 미국을 드나든 발품이 ‘먼 나라 이웃 나라’의 든든한 밑천이 됐다.
▷지정학적으로는 멀지만 심정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있고, 거리는 가깝지만 원수처럼 지내는 나라도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훌륭한 이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내외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먼 나라 이웃 나라’가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 준 것은 ‘세상은 넓고, 이웃은 많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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