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2004 스포츠 해프닝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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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스포츠 현장엔 늘 화제가 풍부하다. 승패의 숨 가쁜 분수령에서 벌어지는 별난 ‘사건’들은 팬들을 웃기고, 울리고, 놀라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 올해. 108년 만의 귀향으로 관심을 모은 아테네 올림픽은 대회 규모만큼이나 얘깃거리도 풍성했다. 국내에선 사상 처음 9차전까지 가 수중전으로 마감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압권. 올 한 해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난 기막힌 해프닝들을 모아본다.》

-리마, 종말론자 공격 받고도 3위로

◇올림픽의 진정한 영웅

8월 30일 2004 아테네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자 마라톤. 35km 지점에서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자 코렐리우스 호런 씨가 갑자기 주로에 뛰어들어 1위로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를 인도로 밀어제치며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외쳤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리마는 “신이 나를 선택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성자같은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리마는 올해의 브라질 선수에 선정되는 등 일약 영웅이 됐다.

-삼중살-홈도루-9차전 ‘진기록 혈투’

◇정말 끝난 거야? 그런 거야?

‘명승부인가, 코미디인가?’ 3차례 무승부로 팬들의 비난을 받은 가운데 처음으로 9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현대-삼성의 한국시리즈. 삼성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 노런, 삼중살과 홈도루. 프로야구 23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진기록들이 속출했다. 세계 야구사에 유례가 없는 3차례의 무승부 끝에 피날레마저 ‘수중전’으로 치러졌으니…. 우승한 현대 선수들이나, 진 삼성 선수들이나 파김치가 된 것은 마찬가지.

-‘야생마’ 이상훈 록커 변신

◇이제 자유인으로

‘야생마’ ‘빠삐용’…. 많은 별명처럼 이상훈(33)은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인이었다. 올해 호주 전지훈련을 앞두고 기타 치는 문제로 LG 이순철 신임 감독과 마찰을 빚더니 SK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6월 초 “성적이 안 좋아 죄송하다”며 연봉 6억 원을 포기하고 홀연히 야구판을 떠났다. 이상훈은 이제 남성 4인조 그룹 ‘왓(What)’의 기타리스트 겸 리드보컬로 활약하고 있다. 정말 노래가 야구보다 좋을까. 그건 이상훈만이 안다.

-‘악동’ 서승화 4차례 퇴장

◇공포의 가위 걸기

6월 2일 잠실구장. LG 왼손투수 서승화(25)는 8회 두산 1루주자 윤재국이 협살플레이에 걸리자 2루에서 1루로 돌아오던 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주자는 아웃됐지만 심판진은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퇴장을 명령. 후배의 ‘가위 걸기’ 공격을 받은 윤재국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서승화는 올 한 해 2차례 타자 헬멧을 맞힌 것과 연속 위협구 등을 포함해 총 4차례(한 시즌 역대 최다) 퇴장당해 야구계의 ‘악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NBA선수 관객 때려눕혀

◇사건발단 컵 최고가 경매

‘9999만9999달러(약 1061억 원).’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악의 코트 난동 사건 빌미가 됐던 컵을 놓고 11월 26일 인터넷 경매에서 1억 달러에 육박하는 호가가 나왔다. 11월 20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론 아테스트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컵에 맞은 뒤 스탠드로 뛰어올라가 컵을 던진 관객을 때려눕혔다. 천문학적인 호가는 누리꾼(네티즌)의 장난. 경매는 취소됐지만 팬들은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위를 조롱.

-性전환 골퍼 첫 공식 출전

◇필드에 등장한 ‘하리수’

성(性)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트렌스 젠더(성전환자)’ 골퍼가 사상 처음으로 공식 여자골프대회에 출전했다. 주인공은 3월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한 미안 배거(37·호주).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그는 “나는 수많은 여성골퍼 중 하나일 뿐이다. 화젯거리로 다루지 말아 달라”고 요청. 때마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5월 ‘성전환자의 올림픽 출전’을 전격 허용했다.

-메추감독 한국축구 우롱

◇말 바꾼 메추 ‘둥지’ 잃어

“차기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목표는 4강 이상이 돼야 할 것 같다”(5월 30일), “한국과 카타르 어느 곳에도 가지 않겠다”(6월 2일). 프랑스 출신 브뤼노 메추 감독(50)의 말 바꾸기에 한국 축구가 농락당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후임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표했던 메추 감독.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말을 바꾸다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카타르 알 이티하드로 날아가 버렸다.

-아테네 聖火 20분간 꺼져

◇켜진 성화도 다시 보자

인간 세상에 불을 가져다 준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깜짝 놀랄 사건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어났다. 10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발상지에서 열린 뜻 깊은 대회에서 주경기장을 밝히던 성화가 꺼져버린 것. 개막식 다음 날인 8월 15일 새벽에 갑자기 꺼진 성화는 20분이 지나서야 다시 켜졌다. 대회조직위원회 측은 함구령을 내렸지만 호주의 ‘헤럴드 선’ 기자가 불 꺼진 성화를 목격해 특종 보도하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마드리드 구장 ‘테러 소동’

◇“어유, 무서워∼”

12월 13일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레알 소시에다드전. 종료 3분을 남기고 사이렌이 울리면서 경기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내용을 알고 보니 바스크 분리주의자 무장단체(ETA)를 자칭하는 사람이 경기장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 다행히 별 일은 없었지만 마드리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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