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별의별 이름이 다 있다. ‘구세주’ ‘고시원’ ‘노숙자’ ‘강아지’ ‘임신중’ ‘고추양’ 등 한번 들으면 다시 잊어버리기 힘든 이름은 물론, ‘김연대’ ‘윤고대’ ‘이화대’ ‘서강대’ ‘한양대’ ‘한성대’ ‘강원대’ 등 대학 관련 이름도 있다. ‘공무원’ ‘박농부’ ‘조판사’ ‘장의사’ ‘민사장’ ‘오시인’ 등 직업을 가리키는 이름, ‘양주’ ‘주당’ ‘안주’ 등 술과 관련된 이름, ‘방귀녀’ ‘성낙태’ ‘이인간’ ‘반항균’ ‘안신뢰’ 등 입에 올리기 거북한 이름까지. 그러나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이름이다.
▷미국 미시간의 한 컴퓨터광(狂)은 올해 초 태어난 아들에게 업그레이드된 2세라는 의미로 자기 이름에 ‘버전 2.0’을 붙여 화제가 됐다. 아버지 이름 뒤에 ‘주니어(Junior)’나 ‘Ⅱ’를 붙이는 것은 구태의연해 보여 이런 아이디어를 냈고, 손자가 태어나면 ‘버전 3.0’이라고 부를 생각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며느리도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할아버지가 첫 손녀의 이름으로 ‘노다지’와 ‘노생금’을 추천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국민 공모를 통해 고심 끝에 확정한 콘돔의 애칭 ‘애필(愛必)’이 의외의 복병(伏兵)을 만났다. ‘애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느닷없이 ‘황콘돔’ ‘송콘돔’ ‘방콘돔’ 식으로 놀림을 받게 된 이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연맹측은 사전에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률가들에게서 비공식 조언까지 받았다지만 당사자들은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연맹이나 이름을 지어준 부모들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누굴 탓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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