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募制인가, 共謀制인가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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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들어 공모제(公募制)로 산하 기관장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권력기관 외압설이 번번이 불거지고 있다. 공모제는 말 그대로 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공개모집하는 절차다. 간판만 공모제로 걸어놓고 막후에서 권력이 낙점한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려다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은 아닌가.

증권거래소, 코스닥거래소, 선물거래소가 합쳐 내년 1월 출범하는 통합거래소의 초대 이사장을 선발하는 절차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던 후보 6명 중 3명이 줄줄이 사퇴하는가 하면 권영준 추천위원은 외압설을 제기했다. 특정인을 앉히기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공모제라면 과거처럼 정부가 임명하는 편이 더 솔직하다.

권 위원이 제기한 외압설에 대해 청와대의 정찬용 인사수석비서관은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관심은 있지만 관여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권 위원이 제안한 대로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라도 해 진상을 가려볼 일이다.

부산 경남 정치인이 증권거래소와 부산선물거래소 노동조합에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는 것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통합거래소 선임에 왜 정치권이 나서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로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특정 인사를 밀기 위해 정치권 일각에서 공모(共謀)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모피아)들이 돌아가며 금융기관장직을 나누어 갖는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모피아 배제론’이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등장했다면 그것 또한 잘못이다.

재경부는 청탁 또는 낙점 의혹에 휩싸인 후보들을 배제하고 세 기구의 화학적 통합 및 투명하고 공정한 증권거래 문화를 선도할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널리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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