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미래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자동차 전쟁’

  • 입력 2004년 8월 20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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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고 준비한 기업들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앞선’ 기업에 합병되거나 도산 위기에 처한다. 사진은 올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제오토쇼. 동아일보 자료사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고 준비한 기업들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앞선’ 기업에 합병되거나 도산 위기에 처한다. 사진은 올해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제오토쇼.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래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자동차 전쟁/마에마 다카노리 지음 박일근 옮김/390쪽 1만2000원 시아

1950년 4월 13일 일본은행 총재 이치마다 히사토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렸다.

“아무리 수출을 늘려도 국제 분업의 들러리 노릇만 하는 꼴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일본에서 자동차 공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은 별 의미 없다.”

대장상을 지냈던 경제전문가 이치마다도 일본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내다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치마다가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빅3’로 불렸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도 1979년 제2차 석유파동 전까지는 소형차에 대해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했으니 말이다.

1980년대 미국 수입 자동차 시장을 휩쓸던 일본의 11개 자동차회사가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6개 회사로 줄어들리라고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1998년 3월 독일 벤츠의 회장 위르겐 슈렘프가 미국의 크라이슬러사 합병 발표를 하면서 ‘자동차 산업을 바꾸는 역사적 합병’이라고 선언했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2년 사이에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연쇄적으로 합병, 자본 제휴, 기술 협력 관계를 맺는 등 합종연횡하며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20여년 동안 제트엔진 설계를 한 뒤 근현대산업사와 기술개발사라는 특이한 분야의 저술에 몰두한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구도가 경제상황, 기술 발전, 주변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서술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자동차는 ‘가솔린을 꿀꺽꿀꺽 마시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황금기’를 구가하던 미국인들은 호화스러운 차를 마다하지 않았다.

1970년대 들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베트남전, 달러 가치의 하락 등으로 소형차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소형차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일본에서는 1980년대 거품경제 속에서 고급 대형차 수요가 급증했다. 거품이 꺼진 후의 결과는 이미 알려진 대로다.

자동차회사들의 부침과 성쇠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지만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변화에 미리 대처하고 준비한 기업만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독일의 3강 체제로 압축된 자동차 전쟁의 향후 패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첫째는 아시아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이며, 둘째는 대체에너지 기술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달렸다고 저자는 본다.

세계 인구의 10분의 1밖에 살지 않는 미국 일본 유럽이 전 세계 자동차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 30억에 육박하는 아시아의 자동차 잠재 수요는 당연히 크다는 것. 또 지구 환경이 악화되고 석유 에너지는 차츰 고갈되므로 대체 에너지 보급과 이에 맞춘 자동차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일본 독일의 자동차 산업만을 다뤘지만 일간지 산업부 기자인 역자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 이야기를 부록으로 붙였다. 원제는 ‘Toyota vs. Benz vs. Honda’(2002년).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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