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감기관 돈으로 낭비성 外遊라니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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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회의원들이 피감(被監)기관의 경비 지원을 받아 해외시찰을 하거나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테네 올림픽을 참관하는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의 경우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비 등 현지 경비를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부담한다고 한다. 일본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등을 시찰하는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의 출장 경비는 원자력문화재단이 제공하고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태(舊態)의 반복이다.

국회의원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쓰는 것은 효율적인 의정활동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명분을 붙여도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으면 유착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국회 상임위 활동이나 국정감사 때 신세를 진 피감기관의 잘못을 제대로 추궁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 돈으론 가지 않겠다”며 출국을 포기한 한 야당 의원의 자세가 당당하다.

국회 예산을 쓰면서 관광성 유람을 하는 것도 문제다.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의 경우 부부 동반으로 유럽에 가면서 일정의 상당 부분을 관광으로 짰다니 출장인지 여름휴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부인들은 따로 돈을 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17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새 정치와 의원특권 철폐를 강조했다. 그런데 여전히 수상한 돈을 지원 받고, 일부는 관광성 출장을 즐기고 있으니 지난 국회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더구나 많은 국민이 경제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혈세를 낭비하는 그들의 강심장이 실망스럽다. 꼭 필요한 해외출장은 지원하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출장은 제한하는 국회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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