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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7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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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의 결과는 달콤하기만 하다.
두산 외야수 전상열(32·사진). 92년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10년 넘도록 철저한 무명신세였다. 96년에는 삼성에서 방출되는 아픔 속에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몰렸다가 이듬해 간신히 한화에서 새 둥지를 마련한 뒤 99년 두산으로 옮겼다. 올해로 벌써 프로 14년 차.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 동안 후보의 설움을 맛보던 전상열이 이번 시즌에 어엿한 주전 톱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수근의 빈자리를 거뜬하게 메우고 있는 것. “언젠가 빛 볼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어요.”
26일 현재 타율 0.341(88타수 30안타)이며 17득점으로 팀 내 1위에 출루율 0.385. 3할대 타율은 프로 데뷔 이후 올해가 처음.
연봉 9000만원인 전상열은 40억6000만원을 받고 롯데로 떠난 정수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 정수근은 타율 0.346으로 엇비슷 수준이며 12득점에 출루율은 0.420.
전상열의 변신은 우연이 아니었다. 정수근이 떠나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전상열은 시즌 개막에 앞서 어느 때 보다 강도 높은 훈련에 소화해 냈다. “주어진 기회를 꽉 잡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 매일 오전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먼저 운동장에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톱타자 부재로 전력 약화를 걱정했던 두산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사라진 지 오래. 두산 김경문 감독은 “타격과 주루가 괜찮고 수비 범위나 송구 능력은 오히려 정수근보다 전상렬이 한 수 위”라고 칭찬한다. 야구하면서 요즘처럼 신난 적이 없다는 전상열은 다섯 살 된 아들이 요새 부척 아빠 자랑을 많이 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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