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네거티브 선거운동 더는 안 통한다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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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근거 없는 폭로와 비방이 쏟아지고 각 정당의 지도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흑색선전의 대상이다. 부패정치 구태정치와 결별하겠다던 정당과 총선 후보들의 다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참회하며 용서를 빌던 장면들은 정치적 쇼에 불과했단 말인가.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년층 폄훼 발언에 대해 비난을 자제하겠다고 했을 때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가 각 정당이 정책과 인물을 내세워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당을 가릴 것 없이 모두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경기 경북지역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겨냥한 흑색 유인물이 대량 살포됐다. 유권자를 현혹시키려는 치졸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표가 ‘박정희 향수’를 이용해 특정지역의 지역주의를 부추긴다고 몰아세우는 열린우리당의 전략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민주당 박준영 선대본부장은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열린우리당이 수백억원의 검은돈을 조성한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와 비방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네거티브 전략은 정치가 유권자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는 것을 입증할 뿐이다. 더는 내세울 것이 없어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술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저급한 전략에 속아 표를 몰아줄 유권자가 있다고 착각하는 후보야말로 낙선 대상이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무책임한 폭로와 비열한 흑색선전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17대 총선이 후진정치의 전형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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