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한나라당’이 사는 길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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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의 새 대표가 됐다. 총선을 치를 과도체제의 대표이지만 그의 어깨는 실로 무겁다. 당을 건전 보수세력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할 책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국민이 한나라당에 가장 실망한 것은 정체성(正體性)의 혼돈이었다. 정통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가장 부패했고, 시대의 흐름마저 읽지 못한 채 여전히 지역주의와 냉전적 사고에 의지하는 당에서 어떤 미래도 기대할 수 없었다. 보수라고 하지만 수구(守舊)에 불과했던 것이다. 탄핵정국 속의 지지율 급락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박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이 부패 정당,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롭게 출발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선언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 속에 뛰어들어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後光)이나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새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이다.

박 대표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실용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실용 정당’이 정쟁(政爭)과 당리당략으로 얼룩졌던 후진적 정당정치를 끝내는 신호탄이 되려면 자기 혁신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당장 비례대표 후보 선정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당의 문을 활짝 열고 인재를 구해야 한다.

새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난다. 건전한 보수 없이는 건전한 진보도 없다.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그런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과연 총선 후에도 한나라당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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