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宇宙로 쏜 편지…파이어니어 목성 통과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41분


코멘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2월 목성 무인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가 실종(失踪)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탐사선이 한 달 전쯤 희미한 신호를 보내온 뒤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 까마득한 우주의 한 점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1972년 3월 지구를 떠난 지 꼭 31년 만이다.

파이어니어 10호의 실종 지점은 지구로부터 약 122억km 떨어진 곳.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광속(光速)으로 11시간20분이 걸린다. 미국 아이오와대 반알렌 교수는 “탐사선은 아직도 태양의 온기를 쬐고 있을 것”이라며 파이어니어 10호가 태양계 언저리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미 케네디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지 21개월 만인 1973년 12월 목성의 13만2250km 상공에 도착했다. 탐사선은 목성을 촬영한 사진 500여장을 지구에 쏘았는데 인류는 이때 처음으로 목성의 북극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탐사선의 진짜 임무는 이제부터다.

인간이 만든 비행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게 될 파이어니어 10호. 그것은 우주의 미아가 아니다. 탐사선의 ‘나 홀로 우주여행’은 외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에 인류의 존재를 알리고자 함이다.

과학자들은 머나먼 미래에 파이어니어 10호를 발견하게 될 ET를 위해 선의(善意)의 메시지가 담긴 금판을 실었다. 여기에는 벌거벗은 남녀와 다른 지구 생물체의 모습 및 태양계 내 지구의 위치도 그려져 있다. 탐사선은 그 자체가 우주의 망망대해에서 미지의 주인을 기다리는 ‘병 속의 메시지’다.

파이어니어 10호는 200만년 후에는 지구로부터 68광년 떨어진 황소자리의 1등급 별 알데바란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초겨울 밤하늘에 빛나는 알데바란은 점성술에서 대길(大吉)을 점지하는 별이다.

200만년 뒤? 그때도 인류는 여전히 존재할까. 그렇다 하더라도 미지의 고등 생명체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