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 이야기]아기 경기하면 입 벌려줘야…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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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휘영이 엄마가 경험했던 그 3분간은 일생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긴 시간이었다. 9개월 된 휘영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켰던 것.

휘영이가 감기에 걸리면 편도선이 붓는 체질이긴 하지만 이날따라 열이 39도까지 오르더니 급기야 온몸이 뻣뻣해지면서 정신을 잃고 경련을 하는 것이다. 아기를 안고 택시를 탔는데 그때서야 굳었던 팔다리가 풀리고 의식이 돌아왔다.

이처럼 갑자기 오는 경기를 한방에서는 ‘급경풍’, 양방에서는 ‘열성경련’이라 한다. 허약하고 폐에 열이 있는 체질의 아기가 고열 상태가 계속될 때 일어난다. 생후 5∼6개월 이후가 많으며 3∼4세까지도 잘 일어날 수 있다. 경기는 짧으면 수초, 길면 3∼5분 이내에 진정되며 이로 인해 죽는 일은 없다. 그러나 자주 경기를 일으키면 증세가 가볍다 해도 머리가 둔해질 수 있으며 심하면 정신지체나 팔다리 마비가 올 수 있다.

아기가 경기를 일으키면 당황하지 말고 머리를 뒤로 젖혀 턱을 가슴과 떨어지게 한 뒤 아래턱을 살짝 잡아 당겨 입을 열어 준다. 편하게 숨을 쉬도록 하기 위함이다. 만약 아이가 토하면 티슈나 손수건 등으로 입안을 닦아 줘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 정신이 없는 아기에게 청심환을 먹이는 것은 절대 금물. 간혹 아기가 몸이 굳어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흔들거나 팔다리를 주물러 주는데 오히려 아이에게 자극만 줘서 좋지 않다.

경기를 예방하려면 아기가 열이 오르는 조짐이 있을 때 해열제를 먹이기보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문질러 주는 게 좋다. 그리고 엄지손가락 바깥쪽 끝부분에 있는 소상(少商) 혈이란 경혈을 침이나 바늘로 따 줘 피가 2, 3방울 나오게 해 준다. 이 침 자리는 폐의 열을 빼 주어 해열시키는 동시에 경기를 방지해 주는 대표적인 경혈이므로 아기 엄마들은 꼭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영사’나 ‘주사’라는 광물성의 한약을 먹이곤 하는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체질을 확인한 다음 정제된 것을 먹여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아기는 힘이 빠져서 꾸벅꾸벅 졸거나 깊은 잠에 들게 된다. 이를 ‘발작후 수면’이라고 하는데 정상이다. 공연히 흔들어 깨우지 말고 푹 자도록 놓아두는 것이 좋다.

윤영석 춘원당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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