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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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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자체들이 한국기업을 현지로 초청해 벌이는 투자유치 경쟁은 더 뜨겁다. 땅을 무료로 제공하고,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며,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주는 것은 기본이다. 헤이룽장성 하이린시는 한국인이 투자한 복합사우나시설의 경영을 돕기 위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정기이용권을 구입하도록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다.
우리는 어떤가. 투자 편의 제공은 고사하고 각종 규제를 들이대 오는 기업도 쫓아내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한 외국계 유통업체가 새 매장을 짓겠다고 하니까 허가조건으로 ‘놀이터를 만들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하기야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기업조차 잡아두지 못하는데 외자가 쉽게 들어올 리 없다. 경기도는 올해에만 400개 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철벽같은 수도권 규제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쳐다볼 뿐이라고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하나 맺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한심하다. 칠레정부와 FTA에 정식서명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비준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비준이 늦어지면서 주요 품목의 대(對)칠레 수출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커져도 정치권은 세월만 보내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반(反) 세계무역기구(WTO)에 앞장서는 나라’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제통상질서의 두 축인 WTO와 FTA, 그리고 외국자본으로부터 모두 따돌림을 당한다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정말 어둡다. 자원도, 자본도, 기술도, 시장도 부족한 나라가 이러고도 세계적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치권과 정부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늦게라도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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