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밤거리 포장마차 영업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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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업형 포장마차 보행도로 점령▼

7평짜리 꼬치구이 집을 운영하는 서민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손님이 많이 줄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다른 술집 주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엄청나게 늘어난 포장마차 때문이라고 한다.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서울 동대문에 나가 봤더니 탁자 수만 족히 60개는 되고, 종업원까지 두고 있는 기업형 노점포장마차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웬만한 술집보다 규모도 크고 의자들이 보도를 완전히 차지해 시민들이 차도 쪽으로 돌아갈 정도였다. 노점상 규모가 음식백화점 수준인데 그냥 놔두는 건 잘못이다. 이러한 무허가 대형 포장마차들은 세금도 안 내고 있으니 형평에도 어긋난다. 시민들의 공간을 사유화하고 있는 대형 포장마차에 대한 엄격한 단속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옥임 서울 광진구 능동

▼권리금만 1억…가맹점 모집하는 곳도▼

얼마 전 한 포장마차 업주가 가맹점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다. 지하철역 입구에 위치한 이 업소 주인은 권리금만 1억원이 넘고 하루 판매액이 70만∼90만원이며, 하루 수익금은 40만∼50만원이나 된다고 했다. 이 정도의 수입이라면 누구나 창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필자가 “합법적인 가게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이 바닥에서는 그런 게 필요 없다”고 했다. 무조건 영업을 하고 단속에 걸리면 벌금 조금 물면 된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계약서도 없이 권리금 1억원 이상을 주고받으면서 가맹점까지 내겠다니 어이가 없었다. 수많은 포장마차가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인도와 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기에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성민숙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규모 포장마차, 도시문화의 한 부분▼

서민에게 포장마차는 세상사의 한숨이 깃든 곳이요, 그곳에서 소주 한 잔은 우리네 애환과 근심걱정을 털어버리는 사랑방과 같은 장소다. 포장마차가 이처럼 따뜻한 존재로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허름함 속에서도 우리네 근심걱정을 나눌 수 있는 풋풋한 인정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영세한 포장마차 시장에까지 대형화, 기업화된 포장마차들이 진출해 서울 도로변이 포장마차 천국이 돼버렸다고 하니 답답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포장마차는 정겨운 도시문화의 일부라 할 수 있고, 서민에게 지니는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측은 소규모 포장마차를 제외한 기업형 포장마차들의 단속을 강화해 주었으면 한다.

위양일 강원 원주시 학성동

▼하루 벌어 먹고사는 생계형 더 많아▼

필자의 부모님은 4년 전부터 서울 영등포 전철역 앞 먹자골목에서 국수와 소주 등을 파는 조그만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벌어서 대학생인 나와 동생을 가르치셨다. 가끔 부모님을 도와드리지만 올해 동생이 대입을 앞두고 있어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나는 군에 입대할 계획이다. 소규모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건장한 남성 몇 명이 찾아와 무허가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면서 자릿세와 보호비 등을 운운하며 손을 벌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 서울시가 기업형 포장마차를 단속한다는데 덩달아 우리 부모님 같은 영세 포장마차까지 일거리를 잃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사실 서울시내에 무허가 포장마차가 한두 개일까. 이번 단속이 서민들의 생계를 뺏는 일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대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안냄▼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등급제 전환’입니다. 교육개발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전환하고 중고교생의 성적평가를 점수에 따른 서열방식이 아닌 성취도 평가로 바꾸는 등의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14일 발표했습니다. 등급제는 수능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현행 9등급을 20∼30등급으로 세분화해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능 1, 2점에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등급제로 바꾸면 기준이 모호해진다며 교육부의 잦은 입시제도 변경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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