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민지원센터' 북적…계좌개설 대행 등 주선

  • 입력 2003년 9월 13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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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미국으로 이민가는데 도착하자마자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나요.”

“11월 캐나다로 이민갈 때까지 살고 있는 서울의 집이 안 팔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나은행에서 이민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월드센터 한정윤 지점장은 요즘 이민 가는 고객들의 금융상담을 받아주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어느 도시에 정착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고객들은 이민 가는 나라의 각종 생활 정보를 요청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 월드센터에 이민 지원을 신청한 가구는 500가구.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구나 늘었다.

‘이민열풍’을 반영하듯 은행 이민전담센터를 찾아 이민에 따른 금융상담을 하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올 상반기의 이민지원신청자가 150가구에 이르러 작년 상반기의 100여가구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조흥은행에는 올 상반기 96가구가 이민지원 서비스를 신청해 이미 작년 한해의 70가구를 크게 앞질렀다.

국민은행 강남 해외이주센터 역시 지난해에는 이민지원 신청 가구가 20∼30가구에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벌써 50여가구의 이민을 도왔다.

시중은행 이민전담센터는 캐나다 뉴질랜드 등 이주 대상국의 금융계좌 개설을 대행해 주고 신용카드 발급을 주선한다. 또 고객들이 이주하면서 정리하지 못한 국내 예금과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현지 금융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하나은행 한정윤 지점장은 “과거에는 이민 허가를 받아놓고도 미래가 불확실해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허가를 받는 대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사회 경제적인 불안감이 확산되기 때문인지 특히 상류층의 이민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작년 1∼7월 허가통보서를 받고 이민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 652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5명으로 줄었다.

한 지점장은 “은행 지원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주 막바지 단계에 이른 사람들”이라며 “이제 막 이민 결정을 내리고 70여개의 이주알선업체를 찾아 상담하는 사람들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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