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재산반출 작년 1조원 넘어…3년전의 14배

  • 입력 2004년 3월 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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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떠난 전직 펀드매니저 임모씨(41)는 지난해 말 서울에 갖고 있던 42평형 아파트 한 채와 4층짜리 빌딩을 24억원 정도에 모두 팔아치웠다. 임씨는 “한국 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부동산 경기도 이미 ‘상투’를 지난 것 같아 더 이상 한국에 재산을 남겨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임씨와 같은 교포들이 국내에 남겨 뒀던 자산을 처분해 국외로 내간 재산반출액은 지난해 9억5480만달러로 3년 전인 2000년의 6970만달러에 비해 13.7배로 늘었다. 또 2002년의 5억4100만달러보다는 76.5% 증가했다.

작년 해외교포의 재산반출액 9억5480만달러를 최근 원-달러 환율로 환산하면 1조1228억원(지난달 27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해외교포 재산반출액은 이민을 떠나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국내에 남겨 뒀던 부동산 원화예금 신탁 등의 자산을 처분해 해외로 가져간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윤의정(尹毅正)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2002년 7월 해외교포에 대한 재산반출 신고 제도가 폐지된 뒤 반출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해외교포들이 집을 처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정세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산을 처분한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교포 부동산위탁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A컨설팅사 J사장은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봄부터 교포들의 자산처분 요청이 크게 늘었다”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정치사회적 불안 속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교포들이 자산 처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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