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이미옥/고객을 '돈' 으로만 보나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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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옥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의 횡포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6개월 등록을 하고 1주일 뒤,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개인사정이 생겨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담당 직원은 “카드회사에 바로 결제금액 취소를 청구했고, 늦어도 2주 후엔 고객님 통장계좌로 이용료가 입금된다”고 친절하게 말해줬다. 계약을 해지한 필자가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마움’은 ‘짜증’으로 바뀌었다. 2주가 지난 뒤에도 환불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전화로 여러 차례 문의할 때마다 “입금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용증명을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한 마디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환불 불이행도 화가 났지만 스포츠센터측의 상습적인 거짓말에 기분만 상했다.

담당직원은 계약할 때 “해지할 경우에도 위약금은 물지 않도록 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며 발뺌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해지할 당시 카드단말기가 고장났다며 아무 효력이 없는 영수증을 주기도 했다. 스포츠센터측에 항의하기 위해 그곳 사장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직원들은 한결같이 “사장이 부재중이다” “교수생활을 병행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만나기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에 문의해 보니 “그런 교수나 강사는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3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하루빨리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스포츠센터로 직접 찾아갔다. 항상 ‘부재중’이라던 사장은 스포츠센터를 버젓이 지키고 있었다. 필자가 “고객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대접하느냐”고 항의하자 그는 오히려 “손님이 있는데 예의 없이 웬 소란이냐. 지금 카드결제 해지청구서를 보냈다”며 짜증을 냈다.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었다. 비록 해지를 요청하긴 했지만 필자 역시 고객이 아니던가. 순순히 환불을 해줬더라면 나중에라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을 텐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잠재적 고객을 무시하는 스포츠센터측의 행태에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이런 모습에서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미옥 주간 ‘레저신문’ 편집부 근무·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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