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고순자/"선생님이 날 칭찬하셨어요!"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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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자
얼마 전 끝난 기말고사 때 중학 2년생 쌍둥이 딸아이들의 방은 시험공부를 하느라 오전 1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필자는 10시가 넘어서 가게 문을 닫고 들어온지라 “공부하라”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고단한 일상을 접고 자리에 눕기에 바빴다.

필자는 가끔 공부에 관심이 없는 작은딸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언니를 보고 좀 배우라”며 야단을 치곤했다. 그런데 큰 아이는 공부 외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는 반면, 작은 아이는 만화도 잘 그리고 뭐든 보기만 하면 그대로 만드는 등 손재주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보통 부모들처럼 필자 역시 공부 아닌 다른 재주가 있는 작은 아이가 특별한 관심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공부 잘 하는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고 다른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는 무관심했던 것 같았다.

그런 작은딸에게 최근 변화가 일어났다. 계기는 지난 중간고사 시험을 마치고 난 며칠 뒤, 작은딸의 담임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성적표 귀퉁이에 적힌 한 줄의 글이었다. “이 학생은 예능 방면으로 기대되는 손재주가 많은 학생입니다. 아울러 학과 공부에도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격려를 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고개를 푹 숙인 채 건네주던 성적표를 그 날은 아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내밀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날 인정해 주시잖아요.”

사실 보통 부모와 선생님들은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우선순위로 생각해 ‘영원한 1등’이 돼 주길 바란다. 다른 재능은 학과공부를 잘 하고 나서 덤으로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필자 역시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돼 주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의 작은 격려에 완전히 달라진 작은딸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아이들이 얼마나 큰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작은딸 아이는 자신 없어 하던 학과공부도 열심히 하려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칭찬은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져 다양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한국이 되길 기대한다.

고순자 주부·경기 가평군 외서면 청평8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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