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6>섬진강- 발원지와 마이산

입력 2003-06-18 18:18수정 2009-10-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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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콘크리트 덩어리? 첫 대면에 대뜸 이렇게 묻는 한 서양인의 반응이 인상적인 마이산의 쫑긋한 말귀 형상 두 봉우리. 팔공산 아래 데미샘에 흘러 내리기 시작한 섬진강 실개천은 이 마이산 부근을 지나며 비로소 강으로 모습을 바꾼 뒤 임실땅을 적시며 섬진강댐의 옥정호로 흘러든다. 조성하기자

《강은 곧 길이고, 길은 곧 사람의 자취. 물은 죄다 산 아래로 흘러 내와 강을 이루고 그 내와 강에는 사람이 모인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길이니 그 길이 강을 따름은 당연할 진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를 맞아 물의 고마움과 보존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연재하는 생태 기행 ‘강 따라 물 따라.’ 오늘은 섬진강 발원지 데미 샘과 주변의 마이산으로 안내한다.》

1385년(고려 우왕 11) 어느 날. 강을 거슬러 온 왜구의 약탈이 극에 달할 즈음. 수많은 두꺼비가 강변에서 한꺼번에 울어재꼈다. 기괴한 소리에 놀란 왜구는 혼비백산. 그 후 이 고마운 강은 두꺼비 ‘섬’(蟾)자가 든 새 이름으로 불렸다. 섬진강이다.

반도의 무수한 강과 천 가운데 이름에 전설 깃든 물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섬진강은 서민과 애환을 같이 했음이라. 진안의 팔공산 중턱에서 발원, 임실 순창을 거쳐 남원 곡성을 지나 지리산을 보고 흐르다가 구례에서 방향을 틀어 하동 광양을 관통, 광양만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

금빛 모래사장 적시는 푸른 강물은 화개 장터와 매화 마을 찾아, 재첩국 은어 맛보러 오는 이들을 늘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맞아준다. 서두름 없는 유려한 흐름은 남도의 풍류 가락을 닮았고 맑고 푸른 청징한 물빛은 호남 정맥의 산색을 그대로 빼어 놓았다. 그 물 거슬러 오르고 오르면 닿는 곳,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의 세 군)의 진안이다.

● 팔공산 데미 샘 들꽃 트레킹

‘데미’란 ‘산봉우리’를 말하는 토속어. 위치는 호남 정맥의 팔공산(1151m·이하 괄호 안은 해발고도)과 오계치(870m) 중간쯤의 산 중턱(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에 있는 상추막이 골이다. 진안 읍에서 접어든 30번국도(임실 방향). 읍내를 벗어나자 말의 두 귀처럼 쫑긋하게 솟은 거대한 바위 봉이 멀리 보인다. 마이산이다.

마량면(평지리) 백운면(백운동 계곡 입구)을 지나 임하 마을에서 조금만 더 가면 왼편에‘반송 보건 진료소’라고 쓰인 입석 표지가 보인다. 표지를 따라 들어선 742번 지방 도로. 신암 1교 네거리에서 원신암 마을로 진입, 마을 안 돌담 삼거리에서 왼편임도(자갈길)로산으로 오른다. 그러다 중턱의 한 커브 길에서 ‘데미샘’이라는 나무 팻말을 만난다.

발원지로 오르는 계곡의 초입이다. 거리는 690m로 20분 정도 걸린다. 숲 속에 들어서면숲 그늘 아래 흐르는 시냇물이 소리 내어 반긴다. 숲길 가에는 엉겅퀴 등 들꽃이 쉼 없이 피고 진다. 벤치가 보이면 샘에 닿은 것이다. 숲 그늘 아래 바위틈에서 나오는 샘물은 계단처럼 형성된 계곡의 바위로 흐르다 떨어짐을 두세 차례 반복한다. 샘은 그 꼭대기의 바위 아래.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 샘이다.

검룡소(한강 발원지) 너덜샘(낙동강 발원지)에 비해 수량은 많지 않다. 그래도 샘 찾은 이에게 어느 발원지 보다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온통 푸른 숲 그늘 아래에는 벤치도 여러 개 놓여 있다. 바위에서 추락하는 샘물은 병에 담기도 좋고 땀 흘린 얼굴을 식히기에도 좋다.

탑사

● 마이산과 탑사 둘러보기

한 외국인이 마이산을 보고 이렇게 말했단다. ‘저렇게 큰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것도 놀랍지만 저렇게 멋진 모양으로 만든 것은 더 놀랍다. 한국인들 대단해요.’ 멀리서 보면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쫑긋한 말의 두 귀처럼 솟은 바위 봉은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수성암(호수의 퇴적층이 굳어 만들어진 돌)으로 형성 과정은 콘크리트와 동일하다.

마이산의 특이함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서편 암 마이봉(673m)과 동편 수 마이봉(667m) 사이에 자리 잡은 불교 사찰 ‘탑사’는 마이산의 형상 보다 더 특이하고 신비롭다. 마이산을 자연의 극치라고 한다면 탑사는 인간 상상력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골짜기 절터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수많은 돌탑 때문이다. 가장 높은 곳의 가장 큰 규모 한 쌍은 천지탑, 그 주변은 오행을 상징하는 오행 탑이 호위하는 형국이다. 여기 탑은 모두가 음양오행의 우주의 질서에 따라 자리 잡고 세워졌다는 설명이다.

탑은 시멘트 같은 결합 물질을 쓴 것도, 돌 모서리를 파내어 끼워 맞춘 것도 아니다. 오로지 돌과 돌을 포개어 쌓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어떤 강풍에도 스러지지 않고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니 놀랍다. 석탑의 신비는 이 뿐이 아니다. 신의 계시에 따라 탑을 쌓았다는 이갑룡 처사가 남긴 신서(神書)다. 부적처럼 해독 불가능한 글자로 쓰인 이 책은 현재 세 권이 전해져 오는데 언젠가 해독할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언도 함께 전해내려 온다. 또 하나는 거꾸로 자라는 ‘역 고드름’. 한겨울 탑 아래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올리다 보면 사발에서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자라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한다.

진안·임실=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진안군 좌포리 섬진강변 ‘풍혈 냉천’

국내에서는 전북 진안의 섬긴강변 풍혈냉천 만이 물맛 좋은 냉천을 갖춘 유일한 얼음골이다. 사진은 영상 3도의 냉천 물 줄기에 발을 대고 오래 견디기 내기를 하는 여행객들. 조성하기자

밀양 재암산의 얼음골. 한여름에도 얼음이 발견되는 이 곳은 천연기념물(제224호)로까지 지정된 특별한 자연현상의 현장이다.

얼음골이란 바위 덩어리가 포개어진 돌산의 바위틈에 겨우내 얼었던 얼음 때문에 생기는 것. 지하의 얼음은 외부 기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지하의 찬 기운 덕분에 한여름에도 발견된다. 얼음골의 찬 바람은 지표면에 드러난 틈새로 빠져 나온 지하의 냉기. 차갑기로 말하면 에어컨 바람보다 훨씬 더 차다.

이것은 한여름 뜨거운 외부 공기가 공중에 올라가고 나면 찬 바람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대류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얼음골이 국내에 몇 곳 더 있다. 허나 찬 바람과 함께 얼음처럼 찬 샘물도 함께 솟는 얼음골은 단 한 곳뿐이다. 마이산 남쪽의 섬진강 변에 있는 ‘풍혈 냉천’(전북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이 그 곳. 풍혈(風穴)과 냉천(冷泉)을 탄생시킨 그 곳 지형을 멀리서 보기 위해 마을 앞을 지나는 진안∼관촌 관통 도로의 다리(공사 중)에 올랐다. 외관은 평범한 야산 자락이다.

“한 8000평쯤 되는 작은 산인데 한여름에는 여기서 인꽃(人花)이 핀다니까요.” 원불교 소유의 이 산에서 풍혈과 냉천을 관리하며 살고 있는 김순선 씨의 말. 인꽃이란 뚫린 구멍으로 불어나오는 찬 바람을 쐬기 위해 산 곳곳 바위 구멍 앞에 모여 앉은 사람의 무리를 뜻한다. 풍혈 가운데 가장 냉풍 량이 가장 많은 곳은 길가에서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냉동 창고에 들어선 것처럼 온 몸이 찬 기운에 오싹거린다. 김씨가 바위벽 틈새에 라이터 불을 들이대자 불꽃이 일렁인다. 바람이 나오는 증거. 바위벽의 온도계는 섭씨 0도를 가리킨다. “늘 이렇지만 삼복에는 3도까지 오르기도 하지요.”

냉천은 여기서 100m 쯤 떨어진 김씨의 편의점 앞에 있다. 바위틈의 석간수인데 그 앞 파이프에서 쉼없이 물이 떨어진다. 같은 냉천이다. 그 파이프에서 나오는 물에 맨발을 대고 사람들이 내기를 하고 있었다. 냉천 물에 발을 대고 1분을 견디면 10만원을 준다는 것인데 성공하는 이가 없다. 수온은 영상3도. 얼음물처럼 차다.

이 물은 조선의 명의 허준이 임금님께 다려 올리는 탕 재에 반드시 떠다 썼다고 기록된 약수. “무좀도 낫는데요.” 주인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여기서 편의점과 식당을 하는데 토종닭과 백숙 등 음식은 모두 이 물로 만든다. 063-433-5828

● 찾아가기

진안읍∼30번국도∼마이산 도립공원(입구)∼평지 사거리∼49번 지방도(관촌 방향)∼외궁 삼거리∼원불교 만덕산 성지 진입로∼좌포리∼745번 지방도∼양산 마을 입구(버스 정류장)∼마을길로 1.3km.전북진안=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진안 '오천 맛본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 가운데 진안 마이산을 이야기 하는 부분. 거기에 맛집으로 ‘오천 순두부’(간판은 ‘오천 맛본가’·진안읍 오천리)가 등장한다. 마이산 찾는 길에 혹시 지금도 있나 들러보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식당 문은 열렸다. 여주인 이옥희씨(60)가 반가이 맞는다.

“순두부요. 여기가 본가지. 전주 화심보다 예가 낫제이.” 그러면서 뚝배기에 순두부 한 그릇을 얼른 끓여낸다. 돼지고기와 바지락을 넣고 매콤하게 끓인 순두부찌개. 부드러운 두부와 칼칼한 국물 맛이 새벽 내내 운전하고 달려와 식욕 잃은 기자의 입맛을 돋운다. “요게 꼬록젓인데 한 번 드셔 보셔.” 싱싱한 조개로 담근 젓갈이다. 전북의 백반 식당답게 반찬도 다채롭다. 고춧잎 깻잎 무침에 상치 겉절이도 보인다. 모두가 직접 밭에서 재배한 것이다. 콩 역시 동네 주민이 재배한 우리 콩을 구입해 쓴단다. 25년 역사. 순두부(보리밥) 콩국수 각 4000원.

● 찾아가기

진안읍∼26번국도(장계 방향)∼내오천교 앞(8km). 063-433-8545



전북진안=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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