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권, 정계개편 운띄우기인가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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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정계개편 문제에 대해 잇달아 미묘한 언급을 했다. “국민의 동의와 함께하는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은 괜찮은 것 아니냐”거나 “자연적 정계개편은 막을 길이 없다”고 한 말엔 정계개편에 대한 여권의 희망과 기대가 짙게 묻어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드라이브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야당을 자극하기에 족한 얘기다.

문 내정자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할 수도 할 의지도 없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렇게 무게가 실려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총선 전 큰 바람과 격랑이 예상된다”는 그의 전망이 현실감 있게 들린다. 현재 문 내정자의 비중으로 볼 때 여권이 이미 정계개편 실행프로그램까지 상정해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마저 든다.

민주당이 국민 다수가 정계개편을 원한다는 내용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야당 내 동요세력을 겨냥한 듯한 인상을 준다. 5년 전에도 여권은 그랬다. 인위적 정계개편 가능성은 강력히 부인하면서 ‘소여(小與)의 고충’을 호소하는 식으로 정계개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내부적으로 지역연합론과 개혁연합론이 맞서다 결국 개별적인 야당의원 영입이라는 편법으로 ‘수 불리기’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정치구도가 흡사하다. 또한 문 내정자는 5년 전에도 대통령정무수석 내정자로서 정계개편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우리는 당시 그가 “사자는 평상시 발톱을 감추고 내보이지 않아도 무서운 걸 다 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여권의 야당의원 영입과 동시에 검찰의 표적사정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여야관계가 험하게 일그러졌던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국민의식이 성숙한 만큼 더 이상 힘에 의한 정계개편은 물론 여론몰이에 의한 정계개편조차 용납될 수 없다. 새 정권은 가변적인 여론을 과신하다 실패한 현 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정말 정계개편이 필요한지는 내년 총선 민의가 결정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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