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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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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愚問)으로 출발해본다. ‘왜 세계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가.’
누구라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반드시 배우고 이해해야할 당위성은 없다. 단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가 중요할 때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상과는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결국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그들의 본능적인 지적 호기심과 연관이 있다. 인도로 떠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시바(Shiva·힌두교 파괴의 신)가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하는 ‘최초의 댄서’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하다.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문화 메타포(Metaphor)라는 열쇠를 제시한다. ‘은유와 상징’으로 해석되는 문화 메타포는 이 책의 전반을 꿰뚫는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 메타포는 ‘한 국가의 구성원 모두가 혹은 대부분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동일시 기준으로 삼는 그 국가의 현상 또는 활동’이다.
이 책은 문화 메타포의 관점으로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렇지만 굳이 ‘고기낚는 법’을 배우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자체로도 충분히 많은 고기를 던져주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단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엿보고 싶어하는 독자에게도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폴란드 어느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마을 성당은 폴란드 문화의 상징이다. 휴일이면 그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성당에 모인다. 가톨릭 국가이면서 농경 사회의 뿌리를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외부 세력의 지배를 거듭 겪어온 폴란드 사람들에게 성당은 종교적인 의미를 뛰어넘는 안식처다. 이렇게 엿보는 나라의 문화가 23개. ‘김치와 한국’도 이 책의 소재 중 하나다.
저자는 ‘문화 메타포는 지구상의 문화를 이해하고 비교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자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문화 메타포는 한 집단에 적용되는 개연적 진술이지 집단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저자가 인정하듯 문화 메타포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편일 뿐이다. 결코 만능 열쇠가 아니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상징’ 또는 ‘현상’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적확히 해석됐는가를 짚어보는 일이다. 비난을 감수하고 ‘편린으로 전체를 유추하는 방법’을 적용해보자. 책에는 한국에서 김치독을 땅에 묻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외국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었고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김치가 외국 군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땅속에 묻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공감할 수 있는가.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