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2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자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49분


호남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영남이 고향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역 기반이 교차하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3김 시대와는 구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지역 유권자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종속성’이 과거에 비해 다소 약화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양당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공공연히 지역감정을 건드리고 나섰다. 각종 유세에서 ‘부산의 아들’이니 ‘충청도 시대’니 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차마 옮기기 거북한 얘기도 많다. 그러고는 서로 상대당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실은 싸우는 척하면서 각자 지지 기반 결속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비방 또한 교묘하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양당은 ‘공범관계’인 셈이다.

양당은 달리 내세울 차별성과 경쟁력이 없자 다시 퇴행적인 지역주의에 매달리고 있는 듯하다. 지역 구도는 바뀌었지만 지역주의의 본질은 똑같은 만큼 ‘국민 편가르기’에 그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결국 지역주의 조장은 정책 빈곤의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는 지역감정은 3김 시대보다 음험한 색조를 띠고 있다. 이전엔 불신과 배척의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엔 공포와 증오의 음영까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두려움과 미움이 바탕에 깔린 지역감정이 대선 후 새로운 악순환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누가 집권하든 지역적 편견과 원한을 갖고 있다면 편중 인사와 특정 지역 소외, 정치 보복과 반발의 동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권자 개개인이 정치권의 흉계와 선동에 흔들리지 말고 비합리적인 지역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후보들도 국민을 볼모로 한 지역주의에 기대어 대통령이 되려 하기보다는 승부에 관계없이 지역주의의 질긴 고리를 끊는 것을 더 영예로운 일로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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