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펄펄나는 ‘피터팬’ 바람빠진 ‘에어본’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00분


29세 동갑내기 김병철(동양)과 전희철(KCC)은 농구판에서 소문난 단짝.

1980년대 초반 서울 대방초등학교에서 처음 한솥밥을 먹은 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1992년 나란히 고려대에 입학, 최강의 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1996년에는 신생 동양에 입단, 창단 27일만에 실업 코리안리그 우승을 맛봤고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사상 첫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이처럼 단짝인 김병철과 전희철이 올 시즌에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전희철이 KCC로 트레이드되면서 서로 다른 유니폼은 입게 된 이들은 “어디에 있더라도 잘 하자”고 다짐했지만 사정은 달랐다.

김병철은 3일 현재 동양을 단독 선두로 이끌며 활약하고 있는 반면 전희철의 가세로 우승후보로 꼽혔던 KCC는 9위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전희철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던 김병철은 요즘은 아예 연락할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전화를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잘 되기를 바랬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전희철 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하는 김병철의 어깨는 무겁다. 특히 전희철의 공백으로 떨어진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시즌 13점이었던 경기당 평균 득점력을 20점 가까이 높이라는 김진 감독의 주문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김병철은 내외곽을 넘나드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평균 17점을 올리고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에서도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보이고 있다.

전희철은 김병철과는 대조적이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출전 후유증으로 체력저하에 시달린 전희철은 시즌 초반 달라진 팀컬러에 적응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지더니 허리까지 다쳐 3경기를 쉬는 불운까지 겹쳤다.

지난 시즌 평균 15점이었던 득점력이 올 시즌에는 12점으로 떨어졌고 야투와 3점슛 성공률은 모두 30%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팀이 최하위권을 맴돌면서 전희철은 자책감에 시달렸고 급기야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 채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

소원해진 김병철과 전희철 사이를 보면 진한 우정도 냉엄한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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